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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후기

홈 스윗 홈 헤든필드!

by 조조할인

DC 팬들도 호러 영화 팬들 앞에서는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이트 메어, 13일의 금요일, 헬레이저, 프레데터, 텍사스 전기톱 학살 등 끝없이 예토전생 당하며 난도질 당한 호러 영화의 아이콘들을 보고 있자면 절로 가슴이 아파온다. '할로윈' 시리즈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10편이 넘는 시리즈로 이어지면서 죽였다가 살렸다가 시간대를 바꿨다가 리메이크까지 하며 부관참시를 해버린 '할로윈' 시리즈의 주인공 '마이클 마이어스'에게 더 이상의 위엄이 남아있나 싶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브룸하우스'라는 제세동기는 멈춰버린 '할로윈' 시리즈의 심장 박동을 다시 뛰게 만든다. 물론 40년동안 이 날만을 기다려온 호러 팬들의 가슴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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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할로윈'(2018)을 맡은 브룸하우스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 오리지널 1편 이후 이어진 10여편의 속편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1편에서 40년 뒤의 이야기로 바로 이어간다. 극 중 대사를 통해 이전 시리즈에서 써먹은 설정들을 헛소문으로 일축하며 족보 정리를 확실히 해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할로윈(2018)이 기존 시리즈 팬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 더 재치있고 신박하게 1편을 오마주한다. 그래서 이번 '할로윈'(2018)은 40년 만에 나온 속편이면서 리메이크같기도 하고, 또 리부트 같은 독특한 위치에 자리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전의 이야기만 반복하는 것도 아니다. '할로윈'이라는 자신의 뿌리를 찾고, 공포라는 호러 영화의 본분을 잊지 않으면서도, 2018년에 맞는 시대상의 이야기도 적절히 끌어올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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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과묵함과 숨소리, 괴력을 자랑하며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에게 사연을 부여하려는 이들을 비웃는 '마이클 마이어스'도 강렬하지만, 그에 맞서는 운명을 받아들인 '로리'(제이미 리 커티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절대악의 처단이라는 평생의 숙원과 가족들에 대한 속죄를 이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40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이처럼 이번 할로윈(2018)은 오리지널 1편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만큼, 오리지널 1편의 감상유무에 따라 만족도가 상당히 나뉠 듯 하다. 1편의 장면들을 오마주하거나 1편의 상황을 뒤집는 장면들을 보고 있자면 절로 무릎을 탁치게 만드는데, 그래서 이번 속편을 늦게라도 감상할 예정이신 분들이라면 필히 1편을 감상하시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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