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한 전개도 집어삼키는 뜨거운 무대
전기 영화는 늘 흥미롭다. 우리가 알았던 유명인의 삶 뿐만 아니라, 미처 몰랐던 그 사람의 뒷면까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은 당연히(!) 동명의 노래를 부른 밴드 '퀸'이다. 그 시절 영국에는 두 명의 여왕이 있었다고 할 정도였으니, 다른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퀸'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영화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히트곡을 쏟아냈고, 세상을 떠난 보컬 '프레디 머큐리'를 둘러싼 드라마틱한 이야깃거리도 넘쳐나는 밴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열정적으로 재현한 '퀸'의 무대에 비해 이야기는 밋밋하다. 그래서 밴드 '퀸'에 대한 애정도에 따라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나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진짜 이야기'라는 홍보 문구가 무색하게,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이미 잘 알려진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로만 채워져 있다. 밴드와 개인의 갈등과 고민들을 중간 중간 그들의 히트곡으로 잘 엮어가기는 하지만, 그래서인지 밴드 '퀸'의 이야기와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 모두 깊이있게 다뤄지진 않고 수박겉핥기 식으로 훑고 지나갈 뿐이다. 실제로 '퀸'이 영화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는 하나, 다르게 말하면 '퀸'이라는 브랜드에 흠집을 내지 않는 선을 유지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마치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처럼 불리하거나 불쾌할만한 이야기는 쏙 빼놓다보니,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일대기를 간략하게 보여주는 정도의 전기 영화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보메미안 랩소디'에는 '퀸'이 있고, 그들의 노래가 있고, 그들의 무대가 있다.
립싱크인걸 까맣게 잊게 만드는 '라미 말렉'의 놀라운 연기와 엄청난 싱크로율을 선보이는 밴드 멤버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퀸'이 부활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프레디 머큐리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 그리고 퀸의 노래를 그리워한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될만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무대는 눈과 귀가 즐겁다. '퀸'의 그리 큰 팬이 아닌 본인도 당장이라도 발을 구르면서 노래를 따라부르고 싶을 정도였으니, '퀸'의 팬들이라면 아마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퀸'의 노래를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MX관의 사운드도 좋았지만, 스크린 양 옆을 활용한 Screen X 포맷도 인상 깊었다. Screen X로 극의 하이라이트인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을 보면 정말 웸블리 한가운데서 퀸의 공연을 보는 듯한 짜릿함을 안겨준다. 이처럼 다양한 사운드 특화관과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싱어롱 상영회 등 다양한 포맷으로 상영 중이니, 특히 '퀸'의 팬들이라면 놓치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