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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 갬빗] 후기

평범한 이야기를 덧칠하는 훌륭한 배우의 존재감

by 조조할인

아는 사람만 아는 루키 정도였던 '안야 테일러 조이'가 스타덤에 올랐다. 그녀의 주연작인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이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공개된 이후 엄청난 시청률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의 압도적인 호평을 끌어모으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히트 드라마 시리즈들을 여럿 가지고 있는 넷플릭스이지만, 시즌제가 아닌 리미티드 시리즈가 이토록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경우는 드물어서 그런지 더 눈길이 간다. 물론 코로나 시국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OTT 플랫폼이 각광받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퀸스 갬빗>이 가진 매력도 상당하다. 물론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포인트는 바로 '안야 테일러 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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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 갬빗>이 공개된 이후 평가가 너무 좋아서 절로 눈길이 갔었다. 게다가 시즌 총 러닝타임이 7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몰아보기 딱 적당했다. 다만 높은 평가에 비해 의외였던 점은 이야기가 매우 익숙하다는 것이었다. 술과 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천재의 이야기는 실화로도 차고 넘친다. 소설이 원작인 <퀸스 갬빗>도 이처럼 체스 천재의 고뇌와 약물 중독을 다룬 이야기이지만, 생각보다는 꽤 평이하다. 오히려 많은 부분을 배우의 역량에 기댄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재능을 꽃피우고, 남자들이 주도하는 체스의 세계에 뛰어들어 실력으로 제압하지만 끝없이 약물의 유혹에 흔들리는 '베스'의 내면을 '안야 테일러 조이'가 몹시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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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차별이나 가족의 부재 등 외적인 문제들이 '베스'를 괴롭히지만, 가장 발목을 잡는 것은 약물과 술이다. 드라마는 내외부적으로 쏟아지는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약물과 술에 의존하다 폐인이 되어 방황하는 베스의 모습으로 오프닝을 열 정도로 그녀의 내면을 깊게 파고든다.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베스의 머릿속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낸 체스 시퀀스나 천재 체스 기사의 망가진 내면을 잘 그려낸 '안야 테일러 조이'의 열연, 그리고 이를 받쳐주는 탄탄한 조연진과 몰입감 있는 전개가 마음에 든다. 다만 고평가에 비하면 크게 인상적인 드라마는 아니었고, 결말에서 갑자기 힘이 빠지는 것도 좀 아쉽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내내 종횡무진하는 '안야 테일러 조이'의 매력만큼은 확실하니,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번 드라마를 통해 입덕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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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근데 바둑이나 체스처럼 멘탈 싸움이 중요한 경기에서 약물 복용, 아니 남용하는 거 반칙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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