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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할인 Dec 31. 2020

[퀸스 갬빗] 후기

평범한 이야기를 덧칠하는 훌륭한 배우의 존재감

아는 사람만 아는 루키 정도였던 '안야 테일러 조이'가 스타덤에 올랐다. 그녀의 주연작인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이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공개된 이후 엄청난 시청률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의 압도적인 호평을 끌어모으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히트 드라마 시리즈들을 여럿 가지고 있는 넷플릭스이지만, 시즌제가 아닌 리미티드 시리즈가 이토록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경우는 드물어서 그런지 더 눈길이 간다. 물론 코로나 시국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OTT 플랫폼이 각광받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퀸스 갬빗>이 가진 매력도 상당하다. 물론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포인트는 바로 '안야 테일러 조이'다.

<퀸스 갬빗>이 공개된 이후 평가가 너무 좋아서 절로 눈길이 갔었다. 게다가 시즌 총 러닝타임이 7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몰아보기 딱 적당했다. 다만 높은 평가에 비해 의외였던 점은 이야기가 매우 익숙하다는 것이었다. 술과 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천재의 이야기는 실화로도 차고 넘친다. 소설이 원작인 <퀸스 갬빗>도 이처럼 체스 천재의 고뇌와 약물 중독을 다룬 이야기이지만, 생각보다는 꽤 평이하다. 오히려 많은 부분을 배우의 역량에 기댄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재능을 꽃피우고, 남자들이 주도하는 체스의 세계에 뛰어들어 실력으로 제압하지만 끝없이 약물의 유혹에 흔들리는 '베스'의 내면을 '안야 테일러 조이'가 몹시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남녀 차별이나 가족의 부재 등 외적인 문제들이 '베스'를 괴롭히지만, 가장 발목을 잡는 것은 약물과 술이다. 드라마는 내외부적으로 쏟아지는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약물과 술에 의존하다 폐인이 되어 방황하는 베스의 모습으로 오프닝을 열 정도로 그녀의 내면을 깊게 파고든다.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베스의 머릿속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낸 체스 시퀀스나 천재 체스 기사의 망가진 내면을 잘 그려낸 '안야 테일러 조이'의 열연, 그리고 이를 받쳐주는 탄탄한 조연진과 몰입감 있는 전개가 마음에 든다. 다만 고평가에 비하면 크게 인상적인 드라마는 아니었고, 결말에서 갑자기 힘이 빠지는 것도 좀 아쉽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내내 종횡무진하는 '안야 테일러 조이'의 매력만큼은 확실하니,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번 드라마를 통해 입덕 해보자.



P.S. - 근데 바둑이나 체스처럼 멘탈 싸움이 중요한 경기에서 약물 복용, 아니 남용하는 거 반칙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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