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박신혜, 괴력의 전종서
처음이 어렵지 그 후는 쉽다. 현재 OTT 시장으로 눈을 돌린 한국 영화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사냥의 시간>이 결단 끝에 넷플릭스 행을 택했을 때만 해도 충격이 상당했지만 <콜>, <차인표>, <승리호> 등 굵직한 작품들이 연이어 넷플릭스로 향하면서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진 광경이긴 하다. 기대작들을 극장에서 관람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재 영화계 상황을 생각하면 작금의 상황을 소화할 수 있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3월 개봉 예정에서 무기한 개봉 연기되었던 <콜>도 여러 홍역을 치른 끝에 11월 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콜>은 여러모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콜>은 '이충현' 감독의 장편 입봉작이다. 첫 작품임에도 기대를 불러 모은 이유는 이전에 이충현 감독이 연출한 단편 <몸값>이 워낙 화제작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방극장에서 종횡무진하는 '박신혜'와 <버닝>을 통해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전종서'의 조합도 기대감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콜>에는 젊은 에너지가 가득하다. 물론 여러 단점들도 존재하지만, 화면에 넘쳐흐르는 활력만으로도 시선을 끝까지 붙잡고 이끌어간다.
<콜>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박신혜'다. 여러 한류 드라마들을 통해 큰 인기를 끈 배우이지만, 그에 비해 스크린의 활약은 드라마에 비하면 미미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는 거의 보지 않고 영화만 봐서, 영화에서는 대부분 조연으로 출연한 '박신혜'라는 배우의 진가를 알기가 힘들었다. '박신혜'가 오랜만에 타이틀롤을 맡은 <#살아있다>도 '유아인'의 영화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다행히 <콜>을 통해 '박신혜'는 그녀가 방송 짬밥 허투루 먹은 게 아니라는 걸 단단한 연기로 증명해 보인다. 미쳐 날뛰는 광기의 '전종서'에 맞서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영화 속 상황을 능수능란하게 이끌어가며 각본의 구멍을 설득시킨다.
물론 <버닝>이 럭키 펀치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전종서'의 짐승 같은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아직 딕션이나 발성 같은 기술적인 테크닉에서는 부족함을 보이지만, '전종서'에게서는 동 나이 때 배우들에게서 쉽게 느낄 수 없는 그 이상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마치 데뷔 초창기의 '류승범'처럼 본능처럼 연기하는 그런 맛이 있다. <콜>이 마치 마지막 작품인 것처럼 연기를 토해낸 '전종서'의 차기작이 몹시 기다려진다.
<콜>은 배우들의 괜찮은 연기와 미술, 유려한 촬영은 인상적이었지만 각본은 다소 아쉽다. 장르 영화임을 감안하고 봤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갸우뚱하게 만드는 전개들은 마치 배우들의 에너지로 후려쳐서 빈틈을 메꾸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엔딩이 아쉽다. 마치 사족처럼 느껴지는 엔딩은 놀라움보다는 찝찝함을 남기고, 각본의 구멍을 메꾸는 것이 아니라 확 찢어버리는 듯한 악수처럼 느껴진다. '이충현' 감독은 <콜>에서 여러 단점들을 보였지만, 동시에 그가 보여준 여러 장점들이 더 인상 깊다. 더 칼을 갈고 돌아올 '이충현' 감독, 그리고 이 영화로 존재감을 증명해 보인 출연진들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