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전명출 평전 / 백하룡

by 원윤경

전명출 평전은 마치 우리나라 아Q 정전 같은 생각이 든 희곡이다. 아무것도 없는 명출. 돈만 벌 수 있다면 그의 정의는 엿가락처럼 늘어났다.


이야기 시작
마늘 오십접을 훔치다가 들킨 농민 후계자 전명출. 이장 길식, 4h 회장 춘호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길식과 춘호는 전명출이 훔친 마늘 숫자만큼 전명출에게 몽둥이찜질을 한다.

명출, 절뚝거리며 집으로 도착한다.
방안. 소주 대병. 일주일째 술을 마시고 있다.

순님 : 한 술만 뜨입시다. 간고등어하고 북어국입니다.
전명출 : 니 무라. 내는 술 먹으마 된다.
순님 : 참말로 죽을라 캅니까.
전명출 : 이 좋은 걸 먹고 와 죽노.
순님 : 재호 아버지도 이카다 죽었습니다.
전명출 : 놔라 내는 재정신으로 살 수가 엄따.
순님 : 지는 괜찮습니다. 조강지처가 괜히 조강지처겠습니까. 지는 당신 한 개도 안 부끄럽습니다.
전명출 : 내가 부끄러운데 니가 낼 안 부끄럽다꼬.
순님 : 그럼 지도 부끄럽습니다.

반전
전명출. 며칠 후 땅을 다 팔아 서울로 간다.
아파트 건설 현장. 현장 소장이 신문을 읽다가 무척 감동을 받는 듯. 갑자기 전명출을 찾는다.

전명출 : 시키실 일이라도?
소장 : 전 씨 고향이? 전에 들으니 합천?
전명출 : 네 합천 율곡면 토박이입니다.
소장 : 어쩐지. 내 그동안 쭉 지켜봤는데 보니까 우리 회사 정직원 한번 해도 괜찮겠는데 어때? 놀라긴, 보자 그전에 일단 십장 한번 하고. 바로 하지 뭐. 다들 동작 그만. 지금 현 시간부로 현장소장인 제가 소소한 발표를 하나 하겠습니다. 전명출 씨. 앞으로.


전명출 : (앞으로 나간다)

비록 일당 잡부지만 그의 성실한 근무태도와 리다쉽은 여타 직원에게 모범이 되는 바 현 시간부로 십장자리에 임명합니다. 모두 전명출 십장의 영도 아래 충성을 다하도록, 이상. (소장 퇴장한다)

명출. 소장이 남겨놓고 간 신문을 펼친다. 신문에서 광채가 흘러나온다. 명출 기사에 몰입한다. 명출의 얼굴에 광채가 가득해진다.

곧 대통령 취임하실 인간 전두환
1931년 1월 18일 경남 합천 율곡면 내천리 출생이시다. 어려서 의기롭고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으시며...1980년 8월 23일 조선일보.

하도급 수주 자리.

시행처 공무원과 인사를 나눈다.
소장 : 우리 전명출 십장님께서는 십장이라는 직책에 굉장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으셔서 부득이 직책은 유지하되 상무이사 대우 업무와 월급을 책정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십장이라고 부르시되 메타포는 상무라고 생각하시면 옳겠습니다. 이것은 전명출 십장님의 민증입니다. 주소 한번 읽어주시겠습니까?

공무원 : 가만 혹시 전장군님 고향?
소장 : 역시 공무원! 맞습니다. 곧 대통령 되실 전장군.
전명출 : 님은 16촌 당숙어른이십니다. 그분이 유독 이르시기를...

소장 : (계약서 내민다)
공무원과 시행처 직원 : 계약서에 사인한다.
소장은 전명출과 다니면서 계약건마다 사인을 받아낸다.

전명출 : 이제 그만할랍니다.
소장 : 뭘.
전명출 : 전장군님 팔아 사기 치는 거 말입니다. 저 친척도 아니지 않습니까.
소장 : 친척이 별거가 이웃사촌... 맞잖아
전명출 : 세멘 빼돌리고 철근 빼돌리는 게 정의가 아니지 싶습니다.
소장 : 눈빛 보래, 신고라도 할 태셀세. 그기 정의다.

전명출 소장을 끌고 경찰서 앞으로 간다. 소장, 경찰을 따로 불러 이야기한다. 경찰 명출 손에 수갑 채운다. 순님 뛰어나온다.

순님 : 여보 와 이랍니까.
경찰 : 사기죄입니다. 전두환 각하 혈연 사칭 사기요.
소장 : 섭섭해 마소. 인간 돼서 나올 낍니다. 삼청교육대라고 달콤한기 하나 생깃십니더.
순님 : 대학요?

며칠 후, 명출 다리를 절며 나온다.
소장 : 이제 정의가 뭔지 좀 알겠제.
전명출 : 사람은 시대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소장 : 그래 배워야 사람 된다. 가자. 다시 정의롭게 살아보자.

그날 이후, 전명출은 소장을 교과서 삼아 일을 배우고 정의롭게 살아간다. 풍진건설을 설립한다. 세멘 열 포가 들어갈 공사는 다섯 포로한다. 철근 열 가락이 들어갈 공사 역시 다섯 가락으로 한다. 외관중시. 허우대만 멀쩡하면 된다. 속까정 멀쩡해선 안된다.

잘 나가던 아파트, 백화점이 줄줄이 무너지고
소장은 TV 뉴스에 나오고 전명출은 도망 다닌다.

마지막
고향으로 돌아온 전명출.
버려진 동네 자갈밭을 싸게 사들이고 축사를 짓는다. 그러던 어느 날 공무원들이 나타났다.

공무원 : 이 땅은 국책사업 예정지로 포함되었습니다. 나라에서 사겠습니다. 물론 강탈하자는 건 아니고 공시지가에 세 배를 드립니다.

전명출 : 우사가 있고 가축이 있는데 말이 됩니까?
공무원 : 아이고 우사가 있고 가축이 있었네. 시세에 열 배는 올라가겠네. 상부와 다시 상의해 보겠습니다.

길식, 춘호 : 다시 땅 팔아라.
전명출 : 됐다. 안 판다. 법대로 하자.
길식, 춘호 : 세상엔 윤리라는 게 있다. 다시 팔아라. 우리 친구 아이가.
전명출 : 그럼 지혜를 모아보자. 이렇게 하자. 너그가 판 가격의 다섯 배. 내라.

얼마 후, 고향에서 사기 치다 걸린 전명출.
우사로 쓰일 철골 구조물에 매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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