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든 밥이든 나랏돈이 최고다
3개월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딥러닝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과정은 머신러닝에서 멈췄다. 프로젝트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강사님은 취업을 위해 무엇보다 프로젝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여러분들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유일한 경력입니다.
애초에 취업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나는 '딥러닝을 좀 더 가르쳐주지..'라고 생각했지만 함께한 동료들은 생각이 달랐다. 우리는 영화 댓글 자료를 모았고, 부정과 긍정을 머신러닝으로 학습한 후에 예측했으며, 이를 보여줄 인터넷 페이지도 만들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네티즌들은 만만하지 않았다. 아무리 코딩을 돌려도, 우리는 최고의 명작, 네이버 평점 9.37의 클레멘타인을 걸러낼 수 없었다.
어쨌든 자동 시스템을 구현한 것으로 우리의 프로젝트는 잘 마무리되었다. 나는 꽤 근사한 수료증을 받았고, 함께한 친구들은 모두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그들이 어떻게 됐냐고?
변한 건 없었다. 취업한 사람도 없었다. 3개월 동안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세상엔 3개월 배워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특히 프로그래밍과 같이 머리를 쓰는 일이라면 말이다.
학원은 정말 열심히 취업을 도와주었다.
학원에서는 지속적으로 취업 정보를 알려줬고, 추천서를 써줬다. 대부분 들어보지 못한 회사였는데, 중소 SI기업이었을 것이다. 취업 상담해주는 분께서는 중소기업에서 실력을 쌓고 대기업으로 가는 것도 좋은 커리어 패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IT업계가 아니더라도 대기업 경력사원의 상당수는 중소기업 출신이다.
예전에 반년 정도 경력사원 교육을 담당했었는데, 참석자의 반 이상은 중소기업 출신이었다. 동종의 대기업 이직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짐작하시겠지만 한국 대기업 이직률은 높지 않다. 1~2년차 신입사원들이 퇴직하고 나면 대다수는 조직에 남는다. 위로 갈수록 오래 일하고 싶어 난리인데 누가 감히 퇴직 소리를 내겠는가?
인사팀에 일했던 내 입장에서는, 가능하다면 대기업부터 입사하는 것을 권한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갈 때의 경쟁과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갈 때의 경쟁은 다르다. 일단 지원자 숫자가 다르다. 게다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스카우트할만한 인재라면 얼마나 실력이 날 서 있겠는가? 보통 고인물 사원보다 경력사원이 더 일 잘하는 경우도 많다. 보이지 않는 텃세만 견뎌 낸다면 말이다.
약 100일 동안 8시간씩, 그리고 개인 공부까지 합하면 1,000시간 가까이 공부한 나로서, 국비교육만으로는 데이터 분석을 이해하는데 충분하지 않았다. 대기업 입사는 어림도 없는 실력이었다. 4년 동안 컴공과를 나와서 코딩 공부까지 한 우수한 친구들과 대결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지금으로서는 중소기업 기술 면접이나 통과할지 의문이었다. 국비 학원 동기들은 "더 공부해야죠.."라며 한숨을 쉬었다.
영어는 1,000 시간 하면 귀가 뚫린다는데 코딩은 대체 왜 안 될까? 1,000시간이라고 했지만 초반의 대부분은 코딩에 익숙해지는 시간이다. ABC 배우고 APPLE 발음하고 Find, Thank you, and you? 를 배운 것이다. 마법의 1,000시간은 고등 영어부터 의미가 있는 시간이지 이제 막 입을 뗀 코린이에게는 벙어리를 탈출하는 시간일 뿐이다.
얻은 것은 8할이 자신감이다.
하지만 누군가 국비 IT교육을 듣는다면 [대찬성]이다. 교육을 끝내면 '코딩 별 거 아니네. 할 수 있겠네'라는 자신감을 부상으로 얻는다. 이제 코드가 눈에 들어오고, 검은 바탕에 쓰인 영문 타이핑이 익숙해진다. 글자가 언어로 보이고, 순서와 의미하는 바가 보인다. 지금부터는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파이썬을 배우고 싶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책으로 배울 것인가? 온라인 강의로? 장담하지만 몇 챕터 지나면 어느새 눈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당신이 문과라면 100%다. 애초에 아무런 배경지식도 없는데 흥미가 돋아날 리가 없다. 나도 이과인 아내가 불면증에 시달릴 때면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나 크리톤 같은 걸 읽어줬다. 5분이면 아기처럼 잠에 든다.
생소한 것을 배우는 효과적인 방법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다. 이는 오랜 교육의 역사에서 증명된 방식이다. 국비 IT교육에는 초보 중 초보만 가르치는 강사님들이 즐비하다. 고등학교 졸업부터 대학원생까지 학벌도 다양해서, 자세하고 매우 쉽게 가르친다. 게다가 당신 돈도 안 들어간다. 그러니 이보다 좋은 첫 발걸음이 없다.
물론 교육은 걸음마일 뿐, 앞서 말하듯 이것만으로 취업하긴 쉽지 않다. '기본은 됐네'라는 평가를 받을 순 있지만 '합격하기에 충분한 능력'은 아니다.
혼자서도 잘해요
나 역시 교육을 수료한 후, 두 달 동안 파이썬을 복습했다. 그러자 아프리카 희귀어 같던 꼬부랑 언어들이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못 배운 딥러닝도 어느 정도는 독학이 가능했다. 마치 마음 넓은 IT인들이 두 팔을 벌려 나를 환영하는 느낌이었다. "레벨1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하지만 각종 커뮤니티에서 개발자들은 국비교육 출신들에게 부정적이었다. 글을 읽다보면 국비 출신이 대한민국 IT 국격까지 깍아 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먹칠을 할 실력도 없는데 괜히 내가 억울했다.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이런 말빨 딸리는 이과 코딩노예놈들. 레포트만 100개는 썼던 이 문과의 욕실력을 봐라!"하며 한무더기 비난을 쏟아내고 싶었지만 그만뒀다. 그런 커뮤니티에서 글을 계속 쓰는 사람들은 잘 나가는 개발자도 아니겠지.. 이렇게 자신과 타협했다. 어찌되었든 문과 출신이 프로그래밍 언어를 아는 것은 큰 이점이었다.
안드로이드 앱을 만들기 위해서 코틀린을 공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프로그래밍 언어들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영어를 배우다가 스페인어를 배우면 이런 느낌일까? 파이썬보다 코틀린이 더 쉽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코틀린과는 며칠만에 친해졌다.
교육이 끝난 당신은 아마 코딩 테스트를 위해 스터디를 하거나, 인터넷 정보와 온라인 교육을 찾게 될 것이다. 파이썬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웹이나 앱을 개발하기 위한 자바스크립트나 안드로이드 개발을 위한 코틀린, 자바를 배울 수도 있다. 그리고 세상에 많은 무료 교육과 양질의 콘텐츠가 있다는 점에 놀랄 것이다. 자비로운 IT 그루들은 대부분의 것들을 오픈소스(공개자료)로 뿌려두었다. 책을 사지 않아도 될 지경이다.
그러니 어서 국비 IT 소림사로 들어가자. 모든 공교육이 그렇든 완벽하진 않지만 기본 기술은 충분히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어서 배우고 하산하자. 스스로 단련하며 실전에 뛰어들어야 한다. 어짜피 IT세상은 매일 단련하고 실전 격투하는 지옥의 장인 것 같다.
무료 공부를 위한 몇 가지 추천 영상
1. 모두를 위한 파이썬 (https://www.youtube.com/watch?v=fvhNadKjE8g&t=1s)
: 실눈캐와 머머리는 진리다. 척 교수님. 이분을 의심하지 말자. 유튜브 자막이 매우 깔끔하다.
2. 얄팍한 코딩 사전 (https://www.youtube.com/channel/UC2nkWbaJt1KQDi2r2XclzTQ)
: 이분은 IT계의 이말년이다. IT 기본지식을 이보다 쉽게 설명할 수 없다. 사.. 사..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