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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문학도 Apr 29. 2024

MZ에서 밀레니얼이 퇴출되었다

당신은 우리와 같이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2006년 태양계에서 명왕성이 퇴출되었다.

  

 약 20년 전, 천문학자들은 명왕성을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 크기로 보나 역할로 보나 존재감으로 보나 여러 면에서 행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견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봉변이었다. 2006년 8월은 명왕성에게는 슬픈 날이었고, 때마침 소녀시대는 '다시 만난 세계'라는 노래로 데뷔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밀레니얼도 명왕성처럼 MZ에서 퇴출되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젊음과 반항을 상징하던 밀레니얼이 코로나19 동안 Z세대와 묶여 MZ로 불리더니, 이제는 퇴출된 것이다. 마침내.


 젊은 세대의 상징은 Z세대와 알파(α) 세대가 묶인 잘파가 대체했다. 사람들은 잘파의 소비와 문화, 가치관에 열광한다. 단상에서 내려온 밀레니얼은 조금 허무하다. 그리고 명왕성을 떠올린다. 이제는 더 이상 태양계가 아니라니? 이제는 더 이상 젊은 세대가 아니라니? 그때 누군가가 쓱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린다. 우리 부장니,임.. 아니 X세대다.


굿바이 잘파


 애초에 나는 밀레니얼과 Z세대를 한 데 묶은 것에 불만이 있었다. 대학교 예비합격처럼 간신히 M에 들어가 있는 입장에서는 Z세대 신입사원들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는 건 조금 민망한 일이었다. '우리가 같은 성향을 가진 집단이라고?' 냉소적으로 반응했지만 '그래, 솔직히 우리가 세대 차이 못 느낄 정도로 비슷하긴하지.'라는 묘한 안도감도 있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만 해도 MZ라는 단어보다 밀레니얼이라는 표현이 더 자주 쓰였다. '밀레니얼과 일하는 법'이 책으로 나오고 팀장급, 임원급은 신(?)세대 밀레니얼을 이해하는 강의를 들었다. 나 역시 일도 없는데 법인카드로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하는 선배의 끈질긴 협박과 회유를 거절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역시 밀레니얼'이었다.


 때로는 밀레니얼 세대로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을 받기도 했다. 자기 할 말은 하고, 조직보다 개인을 중요시하며, 일의 의미를 알아야만 움직이는, 하지만 IT역량과 실무역량이 뛰어난 세대, 밀레니얼! 그게 바로 나였다.


 Z세대의 특징이라고 하는 일의 의미, 개인 시간 존중, 공정 추구, 능력주의와 솔직함도 모두 밀레니얼의 아류작처럼 보였다. 세대는 밀레니얼 전후로 나뉜 듯 했다. 밀레니얼들은 애플을 숭상하고, 테블릿을 가지고 다니며 트렌드를 좇았다. Z세대는 밀레니얼의 동생쯤으로 여겨졌다. 그 사이에 우리가 늙는다는 것도 잊어버렸다.

2019년 시사저널 표지


점점 늘어나는 흰머리는 새치가 아니었다.


 어쩌면 세대라는 건 수건 돌리기와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X세대가 뛰다가 지쳐 밀레니얼 뒤에 두고, 밀레니얼은 MZ세대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뛰다가 다시 잘파에게 주는 것이다. 그리고 Z세대는 다시 알파에게 줄 것이다. 수건은 젊음이다. 젊은 세대는 언제나 트렌드를 이끌고, 이기적이지만 신선하고, 기성세대에게 영감을 준다.


X세대 대신 어떤 세대를 넣어도 비슷한 기사가 나올 것 같다.


 그러니 파타고니아를 입고 비건 푸드를 즐겨 먹는다고 해서 Z세대와 비슷해지는 것이 아니다. 플레이브에 열광하고 통이 큰 바지를 입고, 산리오 인형 하나쯤을 가방에 단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틱톡을 하고, 연예인 굿즈를 사고, 주말이면 팝업스토어를 구경 가고, 제법 트렌디한 SNS를 운영하고 있어도 나는 그저 밀레니얼일 뿐이다. 나이는 지워지지 않는 문신과 같다.  


 사람들은 이제 현역이 아닌 밀레니얼에게 새로움을 찾지 않는다. 밀레니얼인 나와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것이 좋은데 이제 어울리지 않는 곳, 가면 주책인 곳, 우리가 오지 않기를 기대하는 곳이 생길까 봐 걱정이 된다. 그런 것들을 감당하기에 아직 마음은 늙지 못한 것 같다.


 세대론을 생각하니 문득 X세대 선배들에게 미안해진다. 대학교 때 오색빛깔로 염색을 한 이야기나, 클럽에서 이성을 유혹한 이야기, 무작정 떠난 해외여행 같은 모험담을 들을 때마다 나는 머릿속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춤을 추는 아주 작은 브라운관 TV를 떠올렸다. 그들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을 할 때는 손사래를 쳤다.

"아! 밀레니얼이랑 X세대는 정말 다르다고요. 우리는 서태지가 아니라 동방신기 시대라고요."


 잘파들에게는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훈아나 태진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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