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업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작가 Jan 08. 2021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더니

마티즈가 벤츠를 걱정할 때 

오랜만에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방송일을 하고 있다. 

방송일은 이제 그만 해야지, 특히 연예인들이 나오는 일은 하지 말아야지 했지만 

일을 내 마음대로 골라 할 수 없는 영원한 '을'이다 보니 또 하고 있다.


이번에 만난 연예인은 오랜 무명 생활을 청산하고 막 뜨기 시작한 어느 배우와

한때는 잘 나가는 아이돌이었으나 지금은 잊힌 한 배우였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는 내가 키운 것도 아닌데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신수마저 훤해 보여서 좋았다.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쳐서 그런지 여전히 겸손하고 소탈해 보였다.


한때 잘 나갔던 배우는 자료조사 차원으로 필모그래피를 찾아봤는데 최근 몇 년간 활동이 없었다.

현재는 소속사도 없는 모양인지 sns에도 개인적인 사진들 뿐이었다.

나는 그 사람을 만나기도 전에 그만 애틋한 마음이 들고 말았는데,

한때는 여기저기서 불러주고 어딜 가나 환영받던 그가 이제는 변변한 활동조차 없이 지내는 게 

몹시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 사람은 만나기 전 사전 인터뷰에서조차  옛 스타의 명성은 보이지 않을 만큼 친절하고 

착하다고 느낄 만큼 겸손해서 그 애틋한 마음이 더해졌다.


요즘 어떻게 사나?
가뜩이나 코로나로 일이 없다는데 사는 게 힘들진 않나?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그 사람을 이렇게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녀)가 앞으로 잘 되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현장에서 만나보니 그는 여전한 미모를 유지하고 있었고 

인터뷰에서 느낀 것처럼 바른 인성을 가지고 있었다.

더더욱 그가 예전의 인기를 되찾아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랐다. 

어쩌면 조금은 그를 짠하게 바라봤을지도 모르겠다. 


이 걱정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지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이 끝나고 주차장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으나 조금은 친해진 기분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가 손님이었으므로 나는 그가 먼저 가는 걸 보기 위해 잠시 서있었는데

이윽고 그가 자기차를 끌고 나와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벤츠. 

s클래스.


잠시 인사를 버벅거렸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가 주차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순간 들었던 생각.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더니.


삑!

그가 빠져나간 후 나도 내 차에 올라 타 시동을 걸었다.

작고 귀여운 나의 마티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니?



 

매거진의 이전글 '밀리의 서재'에 나오면 읽어볼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