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는지 정말 궁금해서
K에게
안녕? 잘 지내?
이건 편지니까 이렇게 시작해야겠지?
잘 지내냐는 인사는 뻔하지만 나는 정말 네가 잘 지내는지 궁금해.
날씨가 맑은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또 요즘처럼 더운 날에도 나는 늘 네가 잘 지내는지 궁금하거든.
여름이 싫다고 했던 너였는데 함께 보내지 못한 계절이라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잘 모르지만 나는 유난히 더운 날이면 네가 꼭 생각이 나더라. 이 계절을 너는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어쩌면 이건 그냥 핑계고 나는 너와 헤어지고 매일 네 생각을 했어.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네 생각이 계속 떠나지 않더라. 너는 어땠니? 너도 나처럼 내 생각을 하고 있니?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이라도 말이야.
여기까지 쓰고는 자판 위에서 손가락을 머뭇댔다. 너도 나처럼 내 생각을 했냐니... 이게 뭐람. 아무리 편지라지만 이건 좀 너무 한 거 아닌가.
영화를 보는데 주인공이 상대에게 메일로 소식을 묻는 장면에서 혼자 새삼스레 놀랐다.
아, 메일이 있었지. 메일을 보낼 수도 있는 거구나!
메일은 그저 업무용으로만 쓰고 있다 보니 정말 '편지'용으로도 쓸 수 있다는 걸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오지 않는 메신저를 들여다보거나 '뭐 해?' 같은 짧은 메시지를 보내고 안절부절못하는 대신 메일에 긴 글을 써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하지만 나는 그에게 메일을 보내기로 마음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몇 시간째 주저 대고 있었다.
잘 지내니, 다음에는 나도 잘 지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아님 나는 아직도 너를 잊지 못해서 잘 못 지내,라고 해야 하는 걸까. 그러다가 나는 아직도 매일 네 생각을 하는데 너는 내 생각을 한 적 있니?라고 쓰고 보니 왠지 이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뭐? 그가 내 생각을 하면 뭐 어쩔 건데?
내가 확인하고 싶어 하는 건 대체 뭘까?
나만 이렇게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확인이 필요한 걸까?
너도 내 생각을 하고 있다고? 그럼 그렇지. 나만 그럴 리 없잖아. 이런 거?
그게 아니라면 오지 않는 답장을 기다리며 이미 끝난 사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은 건가?
하지만 그건 너무 스스로에게 잔인하잖아.
써놓은 메일을 한 글자씩 지우고 나니 첫 줄만 남았다.
안녕? 잘 지내?
사실 정말 궁금한 건 이것뿐이다.
그와 나의 사이는 끝났지만 나는 헤어진 그날부터 쭉 궁금하다.
잘 지내?
끝내 보내지 못할 편지는 지워버리고 혼잣말을 중얼거려 본다.
그리고 잘 지냈으면 좋겠어. 너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