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하는 순간부터 바로 이별이다

'어쩌면' 이라는 바보같은 기대

by 서작가

"헤어진 여자 친구랑 다시 만나본 적 있어?"


점심을 먹으며 같이 앉은 후배에게 물어봤다.


"네, 있어요."

"어떻게 다시 만났어?"

"제가 다시 연락했어요. 다시 잘해보자고."


숟가락으로 국을 뜨며 아, 그래... 하는 내 목소리에 씁쓸함이 묻어 나왔는지 후배가 되묻는다.


"헤어지신 분이랑 다시 만나시려구요?"

"아니, 아니! 그냥... 그냥 궁금해서. 남자들은 헤어지고 어떤 마음인가 궁금해서."


이별한 걸 말하지도 않았는데 후배에게 단번에 들켜버리고 말았다. 남자 친구랑 헤어졌고, 아직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는 것을. 내 얘기가 아니라고 말할까? 하다가 덧붙여 말하다가 얼굴이라도 빨개지면 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 그만두었다. 뭐 이별한 게 부끄러운 건 아니잖아?


"그런 말 있잖아요. 여자는 헤어진 직후에 힘들어하고 남자는 시간이 지난 후에 힘들어한다고. 그 말 맞는 것 같아요. 저도 헤어진 직후에는 잘 몰랐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렇더라고요."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이 후배가 불쑥 말을 꺼냈다. 밥 먹으며 했던 얘기를 지우려 다른 실없는 얘기들을 한참이나 하고 난 후였다.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말문이 막혀 후배를 쳐다보자 후배도 겸연쩍은지 커피를 홀짝이며 헛기침을 했다.


"헤어진 남자 마음이 궁금하다고 하셔서."


이건 위로일까, 절망일까.




사실 나는 요즘 절망에 가까운 현실을 직시하는 중이다.

이별의 슬픔은 어느새 절정을 지나 하락세를 지나고 있으며 그리움과 미련으로 엉켜있던 마음의 실타래도 조금씩 풀려가고 있다. 나를 쥐고 놓아주지 않았던 그의 기억은 온통 달콤함과 다정함 투성이어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지만 시간은 어느새 나를 그 기억에서 나를 조금씩 뒤로 밀어냈다. 그렇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끈적이는 감정에서 허우적 대는 나를 끄집어 내고 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다시 연락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확신하게 되는 순간, 이별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그 사람도 나처럼 나를 생각하겠지? 내가 그리울 때가 있을 거야. 연락하고 싶지만 참고 있는 건 아닐까? 같은 감정으로 이별의 아픔을 공유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 깨닫는 건 사실 한 순간이 아니다. 알고 있었지만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미련일 뿐. 이별은 이별하는 순간 이별이 되어 끝나버린 걸 나도 알고 있었다. 멈춰버린 메신저의 접속 시간처럼 그 사람과 나의 시간도 그렇게 그 시간에 멈춰 끝이 나버린 걸 모른 척했을 뿐이다.


엉킨 감정의 실타래는 의외로 쉽게 정리가 된다. 단지 시작하지 않았을 뿐. 실타래의 끝을 잡고 있는 건 나 자신이라서 마음을 먹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풀리게 될 것이다. 다만 식어버린 감정이 안타까워 나는 그걸 미루고 있었던 건 아닐까.



"다시 만난 여자 친구랑 잘 됐어?"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같은 이유로 또 헤어졌어요."


아 그랬구나.라는 말을 입으로 중얼거리며 또 갑자기 생각해본다.

그 사람과 헤어진 이유를.


그가 다시 오지 않을 것을 안다고 했으면서 마음속으로 더듬어 본다. 어쩌면 지금쯤이면 너도 나를 그리워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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