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도 병이라 하더니

너의 다정한 말들이 그리워

by 서작가

그와 헤어지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다이어트와 피부관리였다.

내가 뚱뚱해서, 피부가 안 좋아서 그와 헤어진 건 아니었지만 이별 후 바닥을 치는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나를 위해 뭔가 해야 했다. 그래서 과감히 카드를 긁었다.


무이자 3개월.


그 시간 동안 난 지금보다 더 날씬해지고 피부가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자존감이 올라가면서 나를 떠난 그를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카드 영수증을 지갑에 밀어 넣으며 다짐했다.




나 쌍꺼풀 수술할까? 눈이 자꾸 처지는 것 같아.

나는 자꾸 처지는 그 눈이 너무 귀여운데?


살이 너무 쪘어. 이제 다이어트할 거야.

충분해 지금도. 예뻐.


그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낯간지러운 칭찬도 자주 하며 나를 웃게 했다.

귀엽다고, 예쁘다고, 사랑스럽다고 하는 말은 흔하지만 그가 나에게 말할 때는 세상에 오직 나를 위해 존재하는 단어처럼 반짝이며 나를 설레게 했다.

어제와 다른 향수 냄새를 알아채는 그 남자의 세심함에 나는 매일 작게 삐친 머리가 신경 쓰이고, 눈가에 마스카라 자국이 번졌을까 자꾸 거울을 보았다. 그는 그런 나의 손을 잡고 입 맞추며 말했다.


오늘도 예쁘다.


그의 다정함에 나는 정말 예쁜 여자처럼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그에게만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가 되었던 우리가 사랑하던 그 순간들.

그의 다정한 말과 내가 보이던 그의 눈동자와 나를 만지던 손길.

나는 잊을 수 있을까?




그가 놀리던 내 눈가의 기미가 옅어지고 한치수 줄어든 원피스를 입었을 때 나는 또 그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너의 다정한 말을 들을 수 있다면, 하고 전화기를 만지작거릴 수도 있다.

무엇도 아닌 그의 다정함이 나를 이토록 힘들게 하다니.


내 귓가를 간질이며 마음을 가득 채우던 그의 목소리가 그리워 이별의 뒤끝이 참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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