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너에게 할 수 없는 말

그때 망설이지 말고 말할걸 그랬어

by 서작가

사랑해.


그에게서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들키고 싶지 않아 눈을 깜빡였지만 그는 그런 나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했다. 사랑해.

나는 눈을 감고 그가 더 말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에게 입을 맞췄다.


그가 이렇게 빨리 나를 사랑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그의 마음을 흔들고, 한걸음 다가가 그를 두 걸음 오게 만들어 놓고 너를 놓아버릴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끌어당겼다. 쉽게 왔지만 그래도 나는, 그가 나를 사랑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설령 사랑한다 해도 내게 말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나는, 우리는, 적당히 나이를 먹은 '어른'이니까 그 정도 감정쯤 숨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나는 적당히 모른 척 넘어가고 싶었다. 그가 내게 사랑한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눈물이 났다. 설레고 행복한 충만감과 함께 나를 사랑해버린 이 남자가 어쩐지 안쓰러웠다.


너에게 사랑이란 어떤 감정이길래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거야?

혹시 너에게 사랑이란 많이 좋은데 표현할 말이 없어서 하는 말일까,

아님 너에게 키스하는 내가 좋은 그 순간의 감정인 거야?


사랑은 사랑이야.

지금 내가 너를 느끼는 게 사랑이야.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을 건데?

그래도 나를 사랑할 거야?


응. 내가 널 사랑하니까.


이토록 다정하고 벅차게 내게 사랑을 말하다니 나는 또 눈물이 나는 걸 참을 수가 없다.


마음을 들뜨게 하던 농담과 설레던 손길만이 전부일 거라고, 나는 무엇도 기대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던 어른의 나는 사랑한다는 그 흔한 말에 울며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나를 보았다. 울지 마, 다독이는 그는 어쩌면 영원히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위태로운 나의 마음을 알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뿐인데, 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데 왜 우는 거야?

그냥 내 마음이야, 너는 말하지 않아도 돼.

사랑해, 너를 사랑해.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에게 입을 맞추는 것뿐이다. 또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나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겁쟁이라서. 응, 이라고 겨우 대답하며 그를 당겨 안는다.


말하지 마, 그냥 안아줘. 바보같이 울고 싶지 않아.


내가 그에게 사랑을 말할 수 있을 때 나는 아직 어린애일 뿐이라는 걸 깨닫고 비로소 어른이 될 것이다. 그에게 가는 내 사랑은 아플 테니까 나는 그때도 울면서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을 내가 어른이 되는 시간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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