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무슨 냄새 나지 않아요?
기억은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었구나
익숙한 향기가 갑자기 사무실에 퍼졌다.
응? 이 냄새는...?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밀려오는 졸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책상에 잠깐 엎드려 있다가 익숙한 향기에 눈을 떴다. 이 냄새가 지금 여기서 날 리가 없는데? 뭐지? 꿈인가?
이건 그 사람의 향기였다.
그 사람이 좋아지기 이전부터, 그를 잘 모를 때부터 나는 그의 냄새를 좋아했다. 처음에는 누구에게서 나는 향인 줄 몰랐다가 그의 냄새라는 걸 알고 나서 그가 내 곁을 지날 때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기도 했다.
향이 진한 스킨 냄새 같은데 풀냄새가 나기도 하고, 이름 모르는 꽃 향기인가 싶다가 한겨울 숲 속에서 나는 차갑고 시원한 향이 나던 그 사람의 냄새.
비로소 그와 연인이 되었을 때 나는 알았다.
그의 냄새를 알게 되었을 때부터 나는 이미 그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는 나에게서 섬유유연제 같이 폭신한 향이 난다고 했다가 나를 처음 안은 날에는 내 목덜미에서 바닷가 차돌멩이 냄새가 난다고 했다. 차돌멩이? 그게 무슨 냄새야? 하며 나는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지만 그는 그 냄새가 얼마나 좋은지 나중에 꼭 확인시켜주겠다고 했다.
결국 차돌멩이 냄새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익숙한 향기에 마음 저 밑에 있던 그리움이 먼지 피어오르듯 풀풀 날리기 시작했다. 이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작은 실밥을 뜯어내려다가 솔기가 다 벌어지는 것처럼 한번 건드려버린 감정이 잡을새 없이 밀려왔다.
그는 내 향기를 기억하고 있을까? 나는 흔하디 흔한 향수를 썼으니 아마도 비슷한 냄새를 자주 맡았을 텐데.
그때마다 내 생각을 했을까? 바닷가 차돌멩이 냄새를 끝내 내게 알려주지 못한 걸 아쉬워했을까?
나는 공원을 걷다가도, 지나가는 남자의 스치듯 나는 담배 냄새에도 혹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와 아주 조금이라도 비슷한 어떤 향기와 맞닥뜨릴 때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왔다. 당장 그에게 달려가 안겨 그의 냄새를 맡으며 보고 싶었다고 마음껏 말하고 싶었다.
어릴 때의 나라면 참지 못하고 그에게 전화를 했을지도, 정말 당장 달려가 그의 문을 두드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러지 않아 다행이고, 그러지 못해 답답하다.
엎드려 눈만 뜨고 있다가 겨우 일어났다. 사무실은 조금 전과 다르지 않았다. 누가 들어온 것도 아니고 내 옆을 지나친 사람도 없었다. 내가 식곤증에 잠깐 졸던 그때와 똑같을 뿐이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그 사람의 냄새는 어느샌가 사라졌지만 내 마음 끝에 남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오늘은 이렇게 또 그 사람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