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있는 건축기행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Bilbao)

by 파랑새 앵선


구겐 하임 미술관!


그곳은 나의 버킷리스트 였다.

그 건축가는 나의 우상이었다.

프랭크 게리(Frank Gehry).......


일산에 전원주택을 짓고 건축 문화상(경기도 건축 문화상, 고양시 건축 문화상)을 수상 한 후

건축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져 있던 그 때에, 프랭크 게리의 건축철학을 접하게 되었다.

"건축은 그 시간과 장소를 이야기 해야하며, 먼 미래를 동경해야 한다."

얼마나 멋지고 책임있는 철학인가?


기회가 되어 '철학이 있는 건축 기행'이라는 강의를 하면서도 늘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궁금했고,가보고 싶고, 느끼고 싶었다.


드뎌~~

빌바오로 향하는 나의 가슴은 그 어떤 여행지 보다 설레인다.

20250213_105131.jpg 구겐하임미술관 가는 길목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는 나에게, 구겐하임 정문 앞에는, 제프쿤스의 대형 설치 작품, 꽃과 풀로 덮힌 약 4m정도의 강아지 'Puppy'가 반기고 있었다. 작품'퍼피(Puppy)는 스테인리스 스틸 구조에 수만송이의 생화가 덮여 있으며, 1992년 제작되어 1997년 부터 영구 설치 되었고, 계절에 따라 꽃이 바뀐다고 한다. 높이는 약 12.4m이다.

Puppy의 의미는 낙관주의, 자신감, 안정감을 상징하며 현대 미술과 도시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KakaoTalk_20260228_135849138.jpg Puppy 뒷모습


드디어, 네르비온(Nervion) 강가에 굽이치는 물결과 더불어, 티타늄의 외관이 너울너울 춤추듯 강물따라 흐르고 있는 미술관을 마주한다.

아! 얼마나 느껴보고 싶었던 그의 작품인가!

가슴은 이미 뛰고 있었고, 거장의 작품은 유유히 흐르는 강 따라, 물결따라, 빛이 비치는 시각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느낌과, 다른 춤으로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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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모습!

가슴에 품었던 기쁨의 한숨을 토해내며, 동행한 그를 힘껏 껴안는다.

나의 버킷리스트를 위해 여기까지 오게 한 그의 깊은 헤아림에, 고마움과 사랑을 담으며......


1997년 개관한 티타늄 0.3mm의 두께, 약 33,000장의 외관은 바람과 빛에 따라 황금, 은, 회색으로 변하면서 다른 느낌, 다른 감성을 만나는 매력적인 건축물이다.

복잡한 곡면을 전투기 설계용 소프트 웨어 CATIA로 구현한 해체주의 건축이라 하니, 놀라운 기술력의 조합이며, 프랭크 게리의 건축철학이 잘 녹아있다.


89년 프리츠커 상 수상!

89년 프리츠커 상 심사평에서도 '위험을 감수 하는 태도(Risk-taking)와 실험정신에 주목 했다고 하는 그의 작품은, 몰락해 가는 공업도시 빌바오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통해,

'빌바오 현상' 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냈다.

즉 한 도시의 랜드마크 건축물, 특히 문화,예술시설이 도시의 이미지와 관광, 경제를 크게 끌어 올려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로 인해 구겐하임은 빌바오의 재정적 성장과 명성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빌바오는 쇠퇴해가는 도시를 살리기 위해,미술관을 계획하고, 세계적인 건축가들에게 설계를 의뢰하여 일본의 아라타이소자키, 쿱 힘멜브라우(오스트리아출시으로, 부산 영화의 전당 건축), 그리고 캐나다계 미국 건축가인 프렝크 게리의 세 작품이 선정 되었는데, 그 중에서 매우 파격적이고, 거대한 조각과 같은 프랭크 게리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선정 된것 또한 빌바오의 새로운 도전이었으며, 빛바랜 산업도시에서 화려한 문화 도시로 새로운도시를 창출해 낸 계기가 된 것이다.

건립계획 당시 시민의 95%가 반대 했다는 사실!

그래서 건축하지 못했다면?..........잠간의 생각이 머리를 스친단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니 중심 아트리움은 높이 50m로 빛이 쏟아지는 자유로움이 한층 마음을 들뜨게 한다.

19개의 갤러리로 구성되어 있고, 1층은 설치미술, 2층은 조각, 3층은 회화가 많고 3층은 특별 전시관도 있다.

나는 뜻밖에도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색색의 빛이 있는 거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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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로 둘려싸인 방 안을 가득채운 LED라이트가 무한한 공간감을 형성하며, 또다른 나를 거울을 통해 만나고 있었다. 강박과 환영, 공황장애등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는 쿠사마 야요이의 특별한 감각이 예술로 승화하며, 자신내면의 세계에서 또다른 세계를 형상화 한 작품속에 나 또한 헤메며, 느끼며, 즐기며, 또 다른 세계를 흠모한하고 있었다.


또 다른 전시실에 들어서니 학생들이 단체로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릴때부터 예술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는 교육현장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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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르비온 강가 쪽으로 나가, 미술관 전체를 바라보며, 그렇게도 보고싶었던 그 광경을 가슴으로 느끼며, 오롯히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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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주의 대가, 건축계의 피카소, 건축의 페러다임을 바꾼 거장, 이 시대에 가장 뛰어난 건축가 등 수 많은 단어들로 그를 표현한다.

자유롭고 독창적인 그의 세계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나 16세에 미국내에서도 가장 자유 분방하고 개방적이며 다양한 문화가 혼재하는 LA로 이주함으로, LA이 환경의 영향을 받아, '구속 받기 싫어하는 유대계 자유주의자'로서, 인습에 젖지 않고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는 프랭크 게리의 건축 성향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철물점을 운영한 할아버지, 할머니와 가구사업을 한 아버지 의 영향을 받은 프랭크 게리는 어릴적 할머니와 나뭇조각으로 작은 도시를 만들거나 할아버지의 철물점에서 다양한 소재놀이를 즐겼으며, 아버지와 그림을 즐겨 그리는 예술적 기운이 집안에 있던 가난한 유대인이었다.

어려서부터 탈무드를 읽으며 탈무드의 사고방식인 질문의 중요성을 알고, 무미건조한 도시환경에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므로 기존의 건축가와는 매우 다른, 마치 조각가 처럼 분열되고 해체되는 개성있는 건축의 뿌리가 되어진 것이다.


획일적이고 개성 없는 도시건축 속에서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는 그는, 논리를 따르기 보다는 건물 자체가 하나의 기쁨이 될 수 있고 넘치는 빛의 교향악이 되어서, 건축된 환경과 건물을 통해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우리의 인간성이 회복될 수 있다며, 우리가 건물을 만들지만, 그 후에는 건물이 우리를 만든다 라는 철학으로 그의 작품은 세계 곳곳에서 문화적 가치를 높이고, 건축의 자유분방한 특별함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들뜨게하면서, 시대를 앞서가는 건축의 묘미를 보여주고 있다.


컴퓨터 작업보다, 스케치를 즐겨 한다는 그는, 물고기의 이미지를 연상하며 스케치를 하는 그의 손의 흐름에 따라 의도되지 않은 아름다운 형태의 선을 만들어 내면서, 하나의 거대하 꽃이 피어나는듯한 역동적이면서도 거대한 조각같은 건축이었으며, 그의 철학처럼 그 시간과 장소를, 유유히 흐르는 네르비온 강속의 물고기 흐름처럼, 강가에 불어오는 바람처럼 그렇게 표현 하므로, 그 자리에 빛나고 있었다.




그곳에는 정말 정말 좋아하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 조각 'Maman' 과,

아니쉬 카푸어의 'Tall Tree and the Eye' 까지 있었다.


' Maman'은 엄마를 뚯하는 작품으로, 아버지의 가정교사와의 불륜을 목격한 부르주아가 아버지에 대한 적대감과 어머니에 대한 연민을 느꼈으며. 이러한 느낌을 표현한 작품이다.

알을 품고 있는 거미가 다리를 크게 벌려 알을 보호하려는 모성의 본능과, 가늘고 약한 다리는 상처 받기 쉬운 여성을 표현했으며, 거대한 몸체는 여성의 강인함을 표현 했다고 한다.

부르주아의 트라우마와 치유 과정을 거미의 보호막으로 형상화 한 작품으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호암 미술관 호숫가에 설치되어 있는 'Maman'을 보고 가까이 만져보고 느껴보고 싶었는데, 이곳에서 'Maman'의 다리를 안아보고 만져보며, 엄마의 위대함과 나의 엄마의 사랑을 잠시 회상해 본다.


아니쉬 카푸어의 'Tall Tree and the Eye<큰 나무와 눈>'은 몇해전 리움 미술관에서 감상한 적이 있다.

스틸공 73개로 이뤄진 높이 15m의 작품을 마주한 나는 스틸공속에 나를 만나고, 그 속에 비친 하늘을 만나고, 세상을 만나며, 나를 비추는 거울속에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지금의 모습, 앞으로 변해갈 모습은?

리움에는 '하늘과 거울'의 작품도 있었다.


여기서 카푸어의 작품을 또 만나게 되다니, 흥미롭다.

카푸어가 릴케의 시를 읽고 현세와 저승의 구분없이 모호한 내용으로 이어지는 시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작품은 둥근 공들이 밝은표면과 어두운 틈으로, 마치 나무 가지 뻗어나가듯이 이어지고, 서로 반사하면서, 빛과 그늘, 부피와 공간의 복잡한 구성이 이어지며 그 앞에선 우리를 비추고 있다.


*프랭크 게리 (1929-2025) -* 캐나다 출생, 미국에서 활동.

* 1989 프리츠커 상 수상

* 작품- LA 디즈니 콘서트 홀, 체코 프리하의 댄싱하우스, 파리 루이뷔통 뮤지엄, 등

* 26년 개관 예정인 아부다비 미술관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 -* 프랑스 파리 출생.

* 초 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모더니즘,

* 베네치아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

*설치된곳 - 일본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 뉴욕 현대 미술관,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캐나다 오타와 캐나다 국림 미술관, 미국 아칸사 주 벤튼빌(미술관), 한국 호암 미술관


*아니쉬 카푸어 (1954~ )- *인도 뭄바이 출생, 현재는 런던과 베니스에서 활동.

* 1990년 제 44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영국관 작가로 선정되어 프레미오 2000상 수상, * 1991년 영국의 예술상인 터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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