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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토끼 Dec 23. 2023

지금 이 순간

글을 쓰는 지금 시각은 2023년 12월 20일 오후 6시 21분이다.

일주일의 중간인 수요일.

내일부터 기온이 영하 15도를 예고하고 있는 지금 기온은 영하 6.7도이다.


가게 안은 난방이 되지 않는다.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건 옆에 놓인 작은 전기히터 덕분이다.

나를 향해 있는 전기히터 덕분에 나는 춥지 않다.


지난주부터 문이 닫혀 있는 건너편 카페에 오늘은 간판 불마저 꺼져 온통 어둠이 내려앉아 있다.

저 카페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처음 문구점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건너편 카페의 주인은 두 번 바뀌어 이번이 세 번째 주인이었다. 

처음 카페를 하던 주인분은 근처 다른 곳으로 위치를 옮겼고, 두 번째 분은 TV프로그램에까지 소개가 되어 제법 잘 되는 듯 보였는데, 어느 날 간판이 바뀌었다.

알고 보니 카페를 지금 주인분에게 넘기고 다른 지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세 번째로 바뀐 지금의 주인분들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소금 빵이나 크루아상을 사러 가끔 그 카페를 들렀었다.

인상 좋은 젊은 부부 사장님들은 친절하고, 성실하게 가게를 꾸려나가셨다.

하지만, 코로나와 연이은 경기 불황을 이겨내지 못한 것일까?


언제부턴가 문이 닫혀있더니 거의 열흘이 지난 지금은 급기야 간판 불마저 꺼져 버렸다.

정말 무슨 일일까?


© mparzuchowski, 출처 Unsplash


그러고 보니 평택에 와서 처음 문구점을 시작한 해가 2017년 2월이었으니 햇수로 7년 차가 되었다.

그동안 우리 문구점 바로 옆 가게만 해도 꽃집이었다가 강아지 간식 숍이었다가 수제 케이크집으로 주인이 계속 바뀌었었다.

7년 동안 살아남은 가게는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우리 문구점이 위치한 건물 주인만 해도 세 번이나 바뀌었으니....


이 시각이면 원래 문구점에 손님이 뜸한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주로 이 시간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가 많다. 

날씨가 추우니 글을 쓴 6시 21분부터 7시 13분을 지나고 있는 지금까지 손님이 하나도 없다.


가게를 하다 보면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황사가 심하거나,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추우면 어김없이 손님이 줄어든다. 


글을 쓰는 동안에도 지금 이 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바로 1초 전은 과거가 되어 흘러갔고, 다음 1초는 미래였다가 현재가 되었다가 역시 과거가 되어 흐르고 있다. 

그러므로 처음 글을 쓸 때의 지금 이 순간과 이 글이 완성될 때의 지금 이 순간은 같은 순간이 아닐 것이다.


© komarov, 출처 Unsplash


나는 언제까지 문구점 아줌마로 살아갈 수 있을까?

당분간 몇 년은 문구점 아줌마로 살아가려 했지만, 주변 여건이 내게 변화를 종용하고 있다.

건물주가 바뀐 것이 어쩌면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아가라는 하늘이 주는 새로운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서서히 문구점 아줌마로서의 정체성을 벗어나야 할 시기가 되었나 보다.


일 년 넘는 시간 동안 문구점 아줌마의 시선으로 글을 써 나갔던 때문인지 앞으로의 내가 어떤 모습이더라도, 후회나 미련은 없을 것 같다. 

섭섭함과 아쉬움은 남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이 순간의 나는 글 쓰는 문구점 아줌마이다. 


내년의 나, 그 이후의 나는 지금처럼 여전한 문구점 아줌마일지, 아니면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지 궁금해진다.


지난 일에 대한 불만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의 좋은 시간을 내팽개치거나 경솔하게 망쳐 버리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이다.  

[ 지금 이순간을 즐겨라 - 쇼펜하우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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