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글을 쓰다

쓰고 싶고 써야 하지만 쓰고 싶지 않고 쓰기 싫다

by 블루블라썸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쓴다.

얼마 만에 글을 써보는 건지.


키보드 위로 닿는 손가락의 감촉이 새삼스럽다.

손마디가 뻣뻣하고 공연히 힘이 들어간다.

실내가 조금 추운가 싶어 따뜻한 차가 담긴 컵을 들어 손가락을 녹였다.

차를 얼굴 가까이 가져가 냄새를 맡아보고 붉은빛 도는 액을 조금 입에 넣어 굴려보기도 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삼분의 일 가량 남은 차 위에 다시 따뜻한 물을 부어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올 한 해는 바쁘고 정신없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내가 아닌 삶을 살았다.

오죽하면 읽지 못하고 쓰지 못했을까 하며 나를 위한 변호를 해본다.

자기 변호가 익숙하지 않음에도 그럼에도 해본다.

지난 한 해는 그런 한 해였다.






그럼에도 지난 몇 개월은

그야말로 쓰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무언가를 쓰려해도 집중이 안 되었다.

머릿속에 생각들은 파편화되어 뒤죽박죽이었다.

무언가 붙잡으려 해도 쉬이 잡히지 않거나 단어의 조각들뿐이었다.


브런치에 저장되어 있는 몇 개의 습작들을 다 내놓고 나면

그제야 어쩔 수 없이 쓰려나 싶어 발행 버튼을 마구 누르기도 했다.


기절하듯 잠든 그 밤에도

문득 깨어난 어렴풋한 의식 속에서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한 가닥 피어올랐다 이내 사그라들었다.


쓰고 싶고 써야 하지만

쓰고 싶지 않고 쓰기 싫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쓰고 있다.

쓰게 되었다.

쓰고야 말았다.


쓰고 싶지만 쓸 수 없는 무수한 낮과

써야 하지만 쓰고 싶지 않았던 무수한 밤을 지나

또다시 글을 쓴다.


혼탁하고 혼란한 응어리진 이 마음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쓰는 것뿐이라.

나의 영혼을 가장 자유롭고 맑게 만들어주는 것이 쓰는 것뿐이라.

나는 결국, 또다시 썼다.

그리고 앞으로도 쓰겠지.





한 해의 마무리와 새 해의 시작이 별 거랴.

이렇게 다시 쓰게 되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아니 오히려 넘친다.

기쁨과 자유로움이 마음속에서 흘러넘쳐 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 행복의 공간에서 다시금 써내려 간다.


또 글을 쓸 수 없는 때가 온다 해도.

나는 안다.

결국 나는 다시 글을 쓸 것을.

쓰고 또 쓸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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