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직도 테이프 캠코더로 동영상을 찍어요?

좌충우돌 6mm 캠코더 사용기

by 파랑해파리
“엄마! 우리 캠코더 어딨어? 아직 안 버렸지?”
“어, 어디 있을 거야.”
“어디? 옷장에? (뒤적뒤적) 여기 있나?”
“어휴 나와봐. 또 다 헤집어 놓으려고? 내가 찾아 줄게.”


느닷없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캠코더를 찾아 쑤시고 다니는 딸내미의 등쌀에 온수 매트에서 노곤히 몸을 지지던 엄마는 몸을 일으켰다. 저 발바리 같은 녀석을 그냥 두면 온 집 안이 쑥대밭이 될 게 눈에 훤하니 당신이 찾아주는 편이 속 편할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은색 하드 케이스가 안방 옷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너는 몇 년만에 빛을 보는 걸까?



케이스를 열어보니 아직도 새 것 같이 반짝이는 캠코더와 스무 개 가까이 되는 테이프가 있었다. 멋대로 녹화된 테이프를 돌려 봤다가는 어린 날의 추억을 날릴까 무서워 새 테이프를 뜯어 넣었다. 한국에서 정식 발매가 안 된 캠코더인지 온통 일본어였지만 한 때 일본인 펜팔 친구들과 수많은 메일과 편지를 주고받은 경력이 어렵지 않게 캠코더를 작동시킬 수 있게 도와주었다.


‘테이프를 넣어 주세요.’


분명 새 테이프를 넣었는데 왜 테이프를 넣으라고 하지? 또 다른 테이프를 뜯어 넣어도, 클리닝 테이프로 헤드 청소를 해봐도 테이프를 넣어 달라는 빨간 글씨는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참을 끙끙거리며 캠코더를 붙들고 있으니 옆에서 보던 엄마가 한 마디 툭 던졌다.


“그거 아마 고장 나서 넣어두고 안 썼을 거야.”


아니 그걸 왜 이제 알려주냐고!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캠코더를 찾아준 은혜가 있지. 주섬 주섬 캠코더를 챙겨 책상 밑에 고이 모셔둔 뒤 인터넷을 뒤졌다. ‘캠코더 수리’, ‘6mm 캠코더 수리’, ‘6mm 캠코더 고장’. 비디오테이프를 변환해 준다는 광고들 속에서 겨우 캠코더 수리를 해준다는 블로그를 찾았고 다음 날 연락을 하고 캠코더를 부쳤다. 일본에서 내수용으로 발매된 제품인지 매뉴얼을 찾기도 힘들었지만 어찌어찌 바로 하위 제품의 매뉴얼도 찾고 며칠 뒤 수리 완료된 캠코더도 받았다. 그 뒤로는 가방이 찢어질 것 같이 무거울 때를 제외하고는 늘 여분 테이프 두세 개와 함께 지니고 다니고 있다.




테이프 200개를 사가니 판매자가 물었다. “이걸 다 어디 쓰시게요?” 그러게요. 이 많은 걸로 뭘 찍어야 하죠.



테이프 캠코더를 사용하게 된 이유도 별 거 없다. 좋아하는 유튜버가 6mm 테이프로 동묘에서 쇼핑하는 영상을 찍은 걸 보았고 나도 한 번 찍어봐야지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어느새 책장 한 켠은 200개가 넘는 테이프가 자리하게 되었다. 신나게 촬영하고 다닐 때엔 몰랐지. 녹화 버튼이 필름 카메라보다 훨씬 귀찮고 번거로운 노동취미 시작의 서막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