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 환승크록스!
문신 같은 크록스를 깜빡했을 때
"애들 신발은?"
"신발?"
"아쿠아슈즈 안 챙겼어 여보?"
'아.. 맞다..'
시선을 아래로 떨구어보니 나도 아이들도 운동화. 하루종일 바닷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인데 아쿠아슈즈를 깜빡했다. 바닷가 앞 숙소를 잡아두고 운동화만 챙겨 오는 엄마.
그래 장하다.
1년 살기 집을 계약하러 제주로 왔다.
계약만 하고 돌아갈 것 인가, 내려온 김에 여행을 할 것인가.한 달 후면 살게 될 이곳이 더 이상 여행지의 느낌은 아니라서 살짝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바다를 좋아하는 두 딸을 생각하니 마음이 바뀌었다. 그래 마지막 제주 여행이라 생각하자. 4인 가족의 4박 5일 짐은 캐리어 4개. 일반 캐리어 2개와 큰아이는 민트색 미니 캐리어 작은아이는 요즘 한창 유행인 시나모롤 캐리어. 이렇게 1인 1 캐리어를 들고 여행을 시작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월정리 바닷가. 남편과 한참을 과몰입해서 챙겨봤던 '환승연애 2'의 촬영지인 바로 그곳. 골목골목마다 티브이에서 보았던 가게들이 즐비하고 고개를 빼꼼 들어보면 저 멀리에 숙소로 나왔던 근사한 공간도 보였다. 여행이라 기쁜 마음이었지만 아쿠아슈즈에 대한 걱정 또한 커져만 갔다. 바닷가 벤치에서 환승연애를 떠올리던 그 순간.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환승. 그래 크록스에서 환승하자.
어차피 여행지에서 갑자기 크록스를 구입하는 건 불가능하니깐.
우리는 제주에 오면 꼭 다녀갔던 '김녕 킹마트'로 달려갔다. 월정리에서 가깝고 여행을 올 때마다 장을 보러 갔던 마트. 나는 비장한 각오로 마트 입구에 들어섰다. 입구부터 물놀이 장비와 간편한 반바지 각종 장난감과 식품까지 없는 게 없었다. 그런데 신발은 보이지가 않았다. 빠르게 레이더를 돌려 신발 코너를 찾아 나섰다.
제발. 신발아 나타나줘.
그때 저 멀리 희미하게 삼선 슬리퍼가 보였다. 아이들 사이즈가 혹시 있나 살펴봤지만 역시 없었다. 이걸 어쩌지? 실망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너무 속상했다.
그 순간. 하얗고 뽀얀 자태를 뽐내고 있는 아이가 있었으니 바로 하얀색 실내화였다. 하얀 실내화 뒤로 번쩍이는 후광이 비추고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매일 신고 있는 실내화! 구멍이 있어 물이 잘 빠지고 작은 돌들 위에서 소라게를 잡을 때 발등과 발목을 잡아주어 안정감 있는 실. 내. 화.
건조는 말할 것도 없고 하나에 5000원씩 가성비도 훌륭하다. 만족스러운 쇼핑을 마치고 바다로 돌아왔다.
우리는 15000원 치 실내화를 똑같이 나눠 신고 바다로 나갔다. 하얀색의 통일감은 우리를 사뭇 비장하게 만들었다. 가볍고 편리하고 착용감도 크록스 못지않은 실내화를 구입하다니 일주일에 한 번 실내화를 세탁하는 순간이 오면 문득 제주 바다가 생각 날 것 같다.
여름이 오고 있다.
문신 같은 크록스를 깜빡했을 때 당황하지 말고 근처 마트로 달려가 하얀 실내화를 들고 계산대로 향하자.
시몬스 침대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착용감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가성비도 좋다.
사진출처_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