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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May 01. 2023

휴일 아침의 글쓰기 대결

아빠 vs 엄마 vs 큰딸

브런치를 먹으며 갑자기 글쓰기 대결!


엄마의 글.


왠지 상쾌한 월요일 아침이다. 지난주 내내 껌딱지처럼 붙어있던 사랑하는 둘째가 드. 디. 어. 유치원에 갔다.

소리 질러~ 근로자의 날이라 남편도 오랜만에 여유로운 아침을 보냈다. 쉴 때는 보통 아빠가 아이의 등원을 시켜주는데

"오늘 둘째 등원 부탁 좀 해도 될까?

휴일이라 여유롭게 보내고 싶어서."

"오케이 콜!"

여유롭게 보낸다던 남편은 얼른 둘째를 씻겨서 욕실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전직 '설거지 요정'의 신분으로 돌아가 비범한 자세로 주방 정리에 돌입한다. 나는 얼른 둘째를 닦이고 입히고 샤샤샥 준비를 마친 후 현관을 나서려는 순간.

남편 손에 들려있는 음쓰를 마주한다.

"내가 데려다주는 길에 버릴게"

"아니야 다녀와. 다녀오면 내가 가서 버릴게 "

유유히 둘째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남편.

휴일이라 기분이 많이 좋아 보인다.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퇴사를 준비하는 남편은 요즘 들어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 스트레스가 줄어든 느낌이라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건강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어느덧 인생의 중반부에 들어선 우리. 한 템포 쉬어가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한다. 진입장벽이 낮은 나는 주변의 걱정과는 달리 전보다 훨씬 씩씩해졌다.

지금까지 남편이 짊어진 가장의 무게라는 저울에서 조금씩 짐을 덜어 주고 싶다.


모닝커피를 마주하며 여유를 부려본다.

평범한 우리의 시간이 감사한

지금 이 순간이다.





아빠의 글.



오늘아침
평소와 다름없는 월요일 아침이다.
라고 생각하고 눈을 떴다. am07:00.


아... 오늘은 출근을 안 해도 되는 날,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다. 지난 간부회의 때 대표님이 다시없을 근엄한 목소리로 5월 1일은 쉬는 날이라고 얘기하셨다. 특별할 것도 없는 근로자에게는 당연히 쉬는 날이 그렇게 기쁨으로 전달되었다.

그날이 오늘 아침이다. 둘째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희생으로 등원을 하였다. (선생님들은 근로자가 아니던가...
와이프의 말을 전하면 선생님의 쉬지 않는다는 말이 슬퍼 보였다고 한다.)
덕분에 평소와 똑같이 눈을 떴지만, 가슴이 따뜻하고 여유로운 아침을 맞았다. 평소에 하지 않던 아침 설거지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오니, 아내가 조용히 나에게 '브런치'를 먹으러 가지 않겠냐고 한다.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될는지. 난 조용한 목소리로 '그래'라고 짧게 답했다.

따뜻한 커피와 버섯과 야채, 토마토, 트러플 향이 나는 치즈, 스테이크가 함께 있는 샐러드, 아마트리치아나 스파게티까지 아내와 첫째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나에겐 어색하지만 좋다. (둘째가 잠시 떨어져 있어 여유로움이 극대화된 것 같다. 아빠가 사랑하는 거 알지, 둘째)

평범하게 눈 뜬 오늘 월요일 아침, 근로자의 날 쉬지 못하는 근로자들을 생각하며, 감사함을 전한다. 나 역시 근로자의 날은 쉬는 날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그들에게 당연한 것을 특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조리함에 대한 여유가 생기길 바란다.





아울작가(큰 딸)의 글. 


-아침밥 글쓰기


글을 쭈욱- 늘려서 바삭한 빵가루를 묻히고 튀기면..

맛있는 간식 핫도그 완성!

글자 소스를 낱말들과 잘 버무린 시저 샐러드도 완성!

재미있는 이야기를 반죽해서 만든 치아바타도 완성!

그리고 어려운 낱말을 면으로 뽑아서 영어 소스를 바른 파스타 완성!

그리고 동시를 넣은 붕어빵!

달달한 이야기(로맨스나 판타지)를  녹인 커피!

고소한 낱말을 넣어 포춘 쿠키 완성!

이제 맛있게 먹기!!

냠냠  맛있는 소리가 만나 '소리사과' 완성!

히히 하하 웃음 덕분에 맛라면 탄생!

달그락달그락 소리 맛이 신기한 사탕 완성!

♡잘 먹었습니다!!

꺼억~(배를 두드리며) 통! 통!




이 글은 작가 꿈나무인 큰 딸을 위한 작은 선물입니다.

부디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은 칭잔도 함께라면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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