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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Cloud May 04. 2024

여행

나를 볼 수 있는 시간

아주 오랜만에 혼자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강아지와 함께한 35시간 여행. 

비행기로 가려던 가족여행을 갑자기 취소하고 차로 16시간을 운전해서 여행을 하고 가족들은 다른 곳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고 나와 강아지만 차를 가지고 이틀에 걸쳐 집으로 돌아오는 여행이었다.

16시간의 운전이 여행의 목적이었지만, 내게 주어진 이틀의 시간이 나름 내게 좋은 시간이었다. 원래 계획은 첫날 점심때 출발했기에 7시간 운전을 하고 캠핑장을 찾아 차박을 하려 했지만 막상 도착해서 캠핑장을 찾아보니 대부분 5월 1일부터 올해 오픈을 하는데 내가 간 날이 4월 30일, 하루 차이로 캠핑장을 찾을 수 없었다. 이미 시간은 저녁 7시가 되었고, 다음 장소를 찾아 1-2시간 운전을 하기는 싫었다. 

이미 고속도로에서 떨어져 나왔고, 중부 5 대호수중 하나인 Lake Ontario 호숫가에 Rochester라는 도시에 있었다. 

일단 잘 곳을 찾는 것은 멈추고, 어두워지기 전에 일단 호수를 보고 싶어서 돌아다니다가 두 개의 호수를 가로지르는 가느다란 도로변에 있는 공원 주차장을 발견했다. 미국에서 경치가 좋은 대부분의 호수가는 사유지가 많아 호수가로 가기가 어렵다. 새로 지은 주차장이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대부분의 주차장에 있는 Overnight Parking 금지 표시판이 없었다.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서 처음 만난 동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며 차박가능성을 생각하다가 바로 옆에 있는 동네 식당에 들어갔다. 오래된 식당에서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을 많이 경험했을 것 같은 여종업원과 이야기하며 새로 생긴 주차장에서 차박을 물어보고 식당 파킹장을 식당주인에게 알아봐 준다는 호의적인 반응에 마음을 결정했다. 식당주인과의 통화 후 식당 주차장은 허락하지 않았지만 혹시 새벽에 경찰이 와서 물어볼 수는 있지만 새로 생긴 공원 주차장은 가능하단 정보를 얻었다. 

새벽에 경찰이 올 수 있다는 생각에 간절했지만 맥주를 먹지는 못하고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차에서 잠을 잤다. 새벽에 잠을 몇 번 깨서 바로 출발할까도 생각했지만, 날이 밝았을 때 호수를 보고 가고 싶어 다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안개 낀 호수의 모습은 내가 여행을 하기를 잘했단 생각을 들게 했다. 


1. 사진을 찍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낸다는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 되었다. 항상 누군가와 함께했기에 언제부턴가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었다. 혼자 여행을 하며 원하는 곳에서 멈추고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어색한 일이 되었다.


2. 운전을 하며 앞만 보고 달려가면 지나가는 풍경을 볼 수 없다. 고개를 돌려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진정한 여행을 한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3. 혼자 하는 여행은 사람을 외향적으로 만든다. 경계했던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게 되고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여행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4. 오랜 시간 운전을 할 수 있는 건 유튜브가 큰 도움이 되었다. 전에부터 생각했던 박문호 박사의 4시간짜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인간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이야기를 들으며 '경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일을 구분하기 영장류가 시각을 특화시키는 과정을 들으며 사물의 '경계'를 구분하면서 배경과의 분리를 할 수 있었고, 그러한 벼경과 사물의 분리는 결국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하는 '소유'로 발전되지 않았을까? 중요한 것은 모든 생명체가 그렇게 진화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5. 내가 건축이나 사진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경계', 'Edge'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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