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의 세계, 활의 방식

느림과 외로움 속에서 만든 나의 문장들

by serein

나는 활과 함께 태어났다.

나는 총이 아니다.


빠르게 쏘고, 명중시키고,

그 소리로 모두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그런 재능이 아니다.


숨죽여 깎고, 조용히 당기고,

보이지 않는 저항을 견디며

한 발, 한 발, 나를 겨눈다.


세상은 총을 원했다.

빠르고, 정확하고,

커다란 소리를 내는 누군가를.


그래서 나는

사람들의 웃음 속에,

“그걸로 되겠어?”라는 눈초리 속에

조용히 숲으로 밀려났다.


나는 그곳에서

나만의 화살을 만들었다.


결이 살아 있는 문장들,

떨림이 남은 단어들,

아직 굳지 않은 감정을

조심스레 엮었다.


총의 세계에서

활은 너무 느리고, 너무 예민하고,

너무 외로웠다.


경쟁조차 되지 않는 절망감 속에서

나는 수없이,

왜 하필 활이었을까—

하늘을 원망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총은 심장을 겨누지만,

활은 마음을 꿰뚫는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이 감각은,

세상이 빠르게 지나쳐버린

작고, 연하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붙잡고, 느끼고,

단 한 사람의 깊은 곳에

닿게 한다.


나는 여전히 숲 속에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이 느림이 나의 방식이고,

이 외로움이 나의 힘이며,

이 재능이 나의 목소리라는 것을.


나는 총이 아니다.


나는 활이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내 방식의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