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과 결단 사이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내려놓아야 했던 것들

by 푸른 꽃

현재의 삶은 어쩌면 타협의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어릴 적에는 세상과도, 나 자신과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높은 이상을 지키는 일이 옳다고 믿었다. 하지만 살아갈수록 현실과의 괴리감은 점점 선명해진다. 이상은 그대로인데, 현실은 훨씬 단단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삶은 드라마처럼 흘러가지 않고, 선과 악의 단순한 결말로 정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의 기대를 발견할 때면, 아직 세상의 때가 덜 묻은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현실을 모르는 것인지 돌아보게 된다.


아이를 키우며 더 많은 타협을 배우게 된다. 뭐라도 될 것 같던 아이는 기대와 무관하게 자신의 방향대로 자라고, 그 앞에서 종종 한계를 마주한다.


바꾸려 하기보다 그대로 바라보려 애쓰는 일, 완벽하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일. 그 과정 속에서 조금씩 현실에 가까워진다. 부족함 앞에서의 타협은 퇴보가 아니라, 다른 방향의 성장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된다.


이러한 결단은 관계를 다시 정의하게 만든다. 작년, 오랜 관계 하나를 내려놓았다. 반복되는 무례함 앞에서 더는 스스로를 설득할 수 없었다. 내 사람이라 믿었던 이의 사소한 말과 행동 하나로 오래 지켜온 믿음이 무너졌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버티던 시간을 지나, 스스로를 지키는 쪽을 택했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이해하면서도,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관계 앞에서는 여전히 서툴고, 같은 자리에 멈춰 서곤 한다.


관계를 돌아보다 보니 생각은 자연스레 재능으로 향한다. 재능은 빛이 되지만 동시에 누군가를 가리는 그림자가 되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누군가를 가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하느냐라는 사실이 더 분명해진다.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를 더 오래 붙잡고 생각한다.


결국 삶은 타협과 결단 사이를 오가는 일이다.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지켜낼지 선택하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나다운 방향을 찾아간다.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모든 선택이 지금을 만들어가고 있으니까.


문득 생각한다. 그 치열한 결단의 순간, 어떤 감정으로 물들어 있었을까. 분노였는지, 슬픔이었는지, 혹은 스스로를 지키려는 의지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순간 스스로를 향한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다.


삶이란 결국, 가장 잘 어울리는 한 벌의 옷을 찾아 입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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