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나의 고운 달

나를 따라오던 달에 대하여

by 푸른 꽃

나를 불러주는 목소리가 들릴 때,

바람이 빠져 쪼글쪼글해졌던 마음에

산소가 차오르는 느낌이에요.


지치고 힘들 때,

어디로든 떠나버리고 싶을 때,

그리고 외로워 눈물이 흐를 때,

밤하늘에 홀로 떠 있는 달을 올려다보곤 했죠.


별들과 떨어져 무심해 보이는,

그래서 더 외로워 보이는 달.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쩐지 동지가 생긴 기분이었거든요.


막연히,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사라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어쩌면 나는

그 빛을 좇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달은 나를 잊지 않고

끝내 찾아와 주었어요.

달아나고 싶어도 늘 내 뒤를 따르던 달이,

이제는

나의 고운 달이 된 거죠.

나의 고운 달.


다정한 봄의 색으로

막 모습을 드러낸 반달은

봄꽃과 연두의 기운을 닮아 있어요.

모양이 달라진다고 한들,

매일 뜨고 지기를 반복한다고 한들,

달은 사라지지 않잖아요.


고운 달을 따라가다 보면

무엇이든 잘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모든 게 이대로만 계속돼도

좋을 것 같은 시간.

봄밤처럼 야릿하고,

봄밤처럼 매혹적인 순간.

봄밤만이 줄 수 있는

알싸하고도 은은한 감각.

봄볕 같은 따스함이 입술에 스칠 그날,

당신의 시선은 내 몸을 따라

느리게 미끄러져 내리겠지요.

마치 화가의 느긋한 붓질처럼,

당신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미세한 열기가 번져올까요.


당신,

이 순간의 기억으로 남아 주기를.


나무 틈새로 스며들던 깨끗한 바람으로,

얼굴을 스치던 빛의 온기로,

힘껏 안아주는 따뜻한 체온으로.

낮은 목소리,

다정한 눈빛,

살랑이는 간지러운 숨결,

나른하게 스며드는 깊은 봄밤.

느닷없이 켜진 초록 신호등처럼

내게 다가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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