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늦을 거였다면, 왜 그렇게 서둘렀을까

어차피 늦을 거였다면, 왜 그렇게 서둘렀을까

by 푸른 꽃

‘결혼은 미친 짓이야.’

어느 여가수의 노랫말이 문득 떠오른다.

결혼한 지금의 입장에서 보자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결혼은 분명 인생을 바꾼다.


한 공간에서 함께 자고 먹고,

서로를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삶.

혼자 사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생활이다.


나는 삼십대 중반을 훌쩍 넘길 때까지

미혼이었다.

엄마는 내게

“먹고 살 능력만 있으면 결혼할 필요 없다”고

누누이 말했지만,

나는 늘 무언가에 쫓기는 기분으로 살았다.


이십대 중반부터

소개로 만난 남자만 해도 적지 않다.

쉰 번은 넘고 백 번은 안 되게 만났을까.

어떻게든 결혼해야 할 것 같았고,

누구든 붙잡아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억지로 당기는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다.


십 년 넘게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 끝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내가 오랫동안 그려왔던 조건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사람이었다.


결혼생활은 이전의 삶과 결코 같을 수 없다.

삶의 궤적이 바뀔 때마다, 시선의 방향도

달라진다.

혼자만의 삶이 주던 자유로부터는 분명

멀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이라는 감정은

분명히 생긴다.


아주 사소한 변화를 예로 든다면,

혼자였을 때, 토요일이면 으레

약속이 있어야 할 것 같고,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곤 했다.

그때는 토요일 오전 근무를 하던 시절이라,

어두워지지도 않았는데

털레털레 집에 가기 싫었다.


그러나 지금의 토요일은 다르다.

설렐 일은 없지만,

긴장 없는 평온이 있다.

그 느긋함이 의외로 나쁘지 않다.


돌아보면

나는 늘 남들보다 한 발 늦은 사람이었다.

학교도, 결혼도, 아이도,

성취를 느끼는 일에서도 그랬다.

지나고 나서야 든 생각은 단순하다.

어차피 늦을 거였다면,

왜 그렇게 조바심을 냈을까.

결혼이든 비혼이든, 어느 쪽이든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지금의 나는

결혼을 잘했다고도,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도

단정하지 않는다.

다만 하나는 분명하다.


어차피 늦을 거였다면, 그 시간들을

그렇게 불안해하며

보내지 않아도 됐다는 것.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지금 어떤 속도로 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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