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로도 다 전할 수 없었던 진심을, 그날 우리는 손끝으로 나눴다
우리는 말없이 손을 맞잡고 있었다.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끝내 알지 못한 채로.
그녀의 어깨가 밭은 숨에 맞춰 미세하게 흔들릴 때마다,
내 눈시울도 덩달아 뜨거워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조금 더 실어주는 것뿐이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생을 달리했다는 소식에
나는 한달음에 달려갔다.
장례의 시작부터 발인까지,
그녀의 가족들 사이에 섞여 시간을 견뎠다.
조문객으로 잠시 머무는 일은 익숙했지만
한 존재의 마지막 길인 발인까지
함께한 것은 처음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이어진 오랜 우정만큼이나
그녀의 슬픔은 내 살결에 생생히 와 닿았다.
그러나 ‘무슨 말이 위로가 될까’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매번 길을 잃었다.
그저 곁에 있고 싶었을 뿐이다.
화장터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자석에 이끌리듯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
화장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대기실에서도,
다시 장지로 향하는 길 위에서도
손은 풀리지 않았다.
문득 연인과도 이렇게 오랜 시간
손을 맞잡아 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사실 나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사람이다.
단순히 무표정한 정도가 아니라
내 얼굴에는 늘 감정의 높낮이가 없다.
최근 화상 회의 화면 속에서 마주한 내 얼굴은
고민에 잠식된 낯선 타인의 얼굴 같았다.
거울 앞에서 의식적으로 만들어내던 표정과는 달랐다.
그것이 나의 민낯이었다.
기뻐도, 슬퍼도
내 표현은 늘 미온적이었다.
하물며 생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친구에게
건넬 위로의 말이 준비되어 있을 리 없었다.
식상한 문장조차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나는 몇 번이나 입술을 깨물었다.
대신 맞닿은 손바닥 사이로
감정들이 오갔다.
마음의 세세한 결까지 읽어낼 수는 없었지만,
체온을 통해 분명히 전해지는 전율이 있었다.
남녀 간의 키스가 사랑의 도화선이 된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 손바닥이 맞닿는 행위에는
어떤 이름의 진심이 깃드는 걸까.
손을 잡는다는 것.
그것은 내게 마음을 전하는 가장 정확한 언어였다.
차마 꺼내지 못한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비언어의 문장이었다.
이 미약한 온기가 그녀에게 조금이나마 닿았을까.
생애 처음으로 친구의 손을 그렇게 오래 잡았던 그날,
나는 말보다 깊은 위로가 손바닥에 살고 있다는 것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