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이스터 에그
콘서트장의 열기는 대단했다. 남성 4중창의 목소리는 원래 한소리였던 것처럼 화음을 이루었다. 각기 다른 장르로 만난 보컬그룹으로 TV 오디션에 참가해 박빙의 대결 끝에 우승을 거머쥔 팀이었다. 그 후로 연일 전국투어 콘서트 중이고 가는 곳마다 매진 연속의 쾌거와 흥행을 하고 있었다.
우렁차면서도 감미로운 공연이 절정에 달했을 때 관중석의 곳곳에서 파란 빛들이 무대를 향하는 것이 보였다. 핑거라이트였다. 무대 위 그들은 그 빛을 보고 더 탄력을 받는 것 같았다. 핑거라이트는 그들이 주고받는 일종의 신호로 이스터 에그의 의미 같았다. 객석의 팬들과 주고받는 메시지.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DVD 속에서도 존재하는 이스터 에그가 공연장에도 존재하는 것일까.
콘서트 장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 속에서 나는 뜬금없이 지난 한 해를 주마등처럼 떠올렸다. 성취유무를 떠나 마무리를 해야 하는 달. 이스터 에그를 떠올렸듯 어떤 의미라도 부여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그날이 12월의 어느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한 해의 피날레. 일 년에 한번쯤 축제를 연다면 12월만큼 어울리는 달도 없을 것 같다.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만 그럼에도 왠지 연말의 쓸쓸한 마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설레는 계절인 것이다. 쓸쓸한 마음을 가려주는 축제, 그런 의미에서 그날의 공연은 내게 다가온 축제의 의미였다.
일행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12월의 어느 날 공연장의 분위기를 만끽했다는 것. 그 순간만큼은 하루하루 만족했던 한해였는지 또는 되는 대로 보낸 한해였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공연장의 멈춰진 듯한 순간처럼 지나간 모든 날들이 내 삶의 일부라는 것을 당연하지만 새삼스레 깨달았던 것이다.
문득 시선이 12월의 탁상 달력으로 갔다. 동지가 들어 있는 달이라 팥죽, 팥 시루떡 한 조각과 단정한 백김치 종지가 차려진 사진이 보인다. 사진만으로도 정감어린 12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라도 12월은 왠지 모를 감상에 묵직한 마음이 된다. 그래서인지 12월은 별일이 있건 없건 차분하면서도 들뜨는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