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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여우 Dec 05. 2023

슬기로운 보육원 생활, 시작

나의 10대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 많았던 그곳

내가 7살 되던 해, 가족들과 이별했다.


물론 완전한 이별은 아니고 당시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서 나랑 4살 터울인 동생은 보육원에 맡겨지게 되었다. 현재 내 나이는 30대 초반이지만 아직까지도 그날의 기억은 생생할 정도로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그전까지는 동생과 친척들 집을 전전하며 지내다가 보육원에 맡겨진 직전까지 작은 고모네 댁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바로 맡겨지기 전 날 동생과 자고 있던 나를 새벽에 깨워서 작은 고모가 해주신 말씀도 기억한다.


"푸른아, 내일 동생이랑 보육원에 갈 거야. 앞으로 당분간 거기서 살아야 해. 네가 형이니까 동생 잘 챙겨야 해 알겠지?" (참고로 푸른 여우는 필명으로, 본명이 아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알겠다는 말과 함께 다시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 날 고모와 할머니 손을 잡고 경기도 소재의 아동일시보호소로 향했다.


참고로 아동일시보호소는 보육원으로 아동이 배정되기 전 거쳐가는 말 그대로 임시보호소이다. 해당 보호소를 거쳐서 보육원에 배정된다. 요즘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들어갔을 때는 그랬다.


아동일시보호소에 도착해서 할머니와 고모는 거기에 계신 선생님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시고 나와 동생을 두고 이제 갈 거라며 잘 있으라고 인사를 하셨다. 가는 할머니와 고모를 붙잡고 말 잘 듣겠다며 따라가 보려 했지만 갈 수 없었다.


그날은 아직까지도 내 일생에 정말 많이 울었던 날로 기억된다.


그 당시에는 낯선 곳에서 모르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오죽했으면 그 나이에 그곳으로 뛰쳐나가서 내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았고 당시 어린 동생도 함께 왔기 때문에 두고 갈 수 없었다. 그렇게 아동일시보호소에 도착한 첫 날밤은 창 밖 멀리 보이는 교회 십자가에 빌며 꼬박 밤을 새웠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걱정도 잠시였고, 다음 날부터 나는 빠르게 적응했다. 간식 시간이 되면 제일 먼저 달려 나가 줄을 섰고 같이 지내던 친구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그곳에서 동생은 가장 어린 나이였다. 그래서인지 신기하다며 어린 동생을 만지고 괴롭히는 친구도 3~4명 정도 있었는데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 친구들과 홀로 싸웠던 기억도 있다.


그렇게 한 달쯤인가? 지내다가 경기도 소재의 보육원으로 배정을 받게 되었다.


배정을 받으면 해당 보육원에 선생님이 일시보호소로 오시고 배정된 아이들을 데려간다. 그렇게 나보다 먼저 온 아이들이 가는 것을 본 적 있었고 나도 그렇게 나와 동생이 지낼 보육원으로 선생님을 따라 보육원으로 가게 되었다.


그렇게 도착한 보육원은 정말 크다고 느껴졌다. 축구를 할 수 있는 운동장과 농구장도 있었고 달리기를 할 수 있는 100m가량의 동그란 트랙도 있었다.


트랙 가운데에는 잔디가 깔려있었으며, 큰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편에는 큰 건물 두 채와 작은 건물 한 채가 보였는데 각각 창고 건물, 남자 숙소, 여자 숙소로 나뉘어있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 당시에 어린 남자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여자 숙소에서 생활을 하게 했다. 때문에 나와 동생은 여자 숙소로 배정되었다.


동생은 거기서도 가장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선생님들(보육교사)과 형 누나들 모두에게 예쁨을 받았다.


낯을 많이 가리는 나이지만 그 당시 E성향의 친구들 덕분에 금방 또래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남자인 친구도 있고 여자인 친구도 있었고 우리는 다 같이 여자 숙소에 한 방에서 생활을 했다.


당시 그 방에서 만난 친구들 중 일부는 부모님이 데려가서 연락이 끊긴 친구들도 있고 일부는 아직까지도 간간히 연락하며 지내는 친구들도 있다.


이렇게 보육권이라는 곳에 들어오게 되었고 이 일로 내 인생에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었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보육원에서 겪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풀어볼까 한다.


몇몇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을 내가 보육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는 지인들이 있다. 그래서 그때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겪었던 일들이 나만의 스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슬픈 이야기는 아니다. 대체로 웃기거나 이색적이거나 소소한 이야기들일 것이다.


서론은 여기까지, 다음 글에서부터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도록 하겠다.

그럼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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