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이 들어간다고 느낄 때 #2 시력저하
마흔을 넘겨 운전면허증 적성검사 기간이 도래하였다.
뭐... 신체 건강한 내가 적성검사를 통과 못할 일이 있으랴...
건강검진을 받으러 관할 보건소에 들러 신분증을 내고
안내받은데로 시력검사실로 이동한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시력검사표 앞에 선다.
우안을 가리고 좌안으로 검사표를 응시한다.
응? 응???
아... 안 보인다.
자 잠깐... 그래 실외에 있다가 실내로 들어왔으니
그래~ 내 안구에 결로현상(?)이 생긴 것이다.
계속 왼쪽 눈을 닦아본다.
선생님은 시력검사표의 무언가를 계속 가리키며 대답을 요구한다.
어? 어... 어? 이럴 수가 안 보인다.
물체가 흐리고 겹치고 가장 위의 큰 글씨를 제외하고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시력으로 치면 양안 모두 2.0까지 보던 내가 아닌가?
2.0이 보여도 검사하는 분들이 당황할까
보통 1.5에서 대답을 마무리하는 여유까지 부리던 내가!
안경 쓴 친구들에게 불편하지 않냐고 그렇게 자랑질을 하던 내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당황과 절망에 빠져 계속 대답을 못하는 내게
선생님은 계속해서 바쁘다고 빨리 대답하라고 재촉한다.
아! 선생님 잠깐만요.
끙끙대며 겨우 0.5까지 대답하고
우안으로 변경하여 검사표를 응시한다.
아~ 다행히 우안은 보인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마저도 2.0이 아닌 0.9가 한계이다.
도로교통공단의 신체검사 시력기준에 겨우 턱걸이...
"안경 쓰셔야지 이 시력으로 다음 적성검사는 통과 못할 수도 있어요!"
선생님의 한마디가 사무친다.
인정할 수 없다! 전혀 시력저하를 못 느꼈는데
그래~ 이건 나의 두 눈에 '일시적인' 질병이 발생하여 '일시적인' 시력저하가 온 것이다!
경찰서 민원실에 갱신 관련 서류를 제출하자마자 안과로 직행한다!
참 사람이 많다. 대기 2시간 만에 내가 들은 의사 선생님의 결론적 말씀은
역시 안.경.쓰.세.요....
아... 보건소 선생님이라는 검사의 구형과 동일하게 안과의사 선생님이 선고를 내리시니
이 늙은 죄인은 받아들일 수밖에...
정밀 시력검사를 진행하고 안경점에 들려 내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게 되었으니,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어지러워 눈이 빠질 것 같기도 하고 콧대가 아프기도 하고 아~ 너무 불편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 또한 내가 받아들여야 할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을...
하지만 그렇게 손해는 아닌 것 같다.
지적으로 보인다고 주변인들의 감탄이 자자하다.
어머... 이건 의외의 수확인 것 같다.
오호라 ♡
그래도 안경은 귀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