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기준으로 볼 때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Top10 배우 가운데 조연배우가 네 명이나 들어 있다고 합니다.
주연배우라 하더라도 원래 조연에서 시작한 경우도 있고 캐릭터 설정상 주조연이 모호하기도 하고 또 조연배우는 주연에 비해 다작 출연이 가능한 만큼 진기록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어쨌든 ‘조연의 전성시대’라고 불러도 될 만한 기록임에는 맞는 것 같습니다.
주조연을 통 털어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배우는 오달수라고 합니다. 작년 말 기준 1억4천6백70만으로 압도적인 1위라고 하죠. 그 다음으로 송강호가 2위인데 훨씬 미치지 못하는 9천70만이라고 하네요.
3위는 누굴까요? 바로 역대 코미디 영화사상 최다 관객몰이를 했다는 ‘럭키(감독 : 이계벽)’의 주연 유해진입니다. 아주 근소한 차이로 송강호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는데 지금 ‘럭키’의 흥행 속도라면 역전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역대 흥행 랭킹 1,2위를 모두 조연전문이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나게 됩니다.
사실 오달수나 유해진은 비록 조연으로 출연하더라도 워낙 임팩트가 강하기 때문에 주연 못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들입니다. 그런데 이 배우들이 자꾸만 주연 자리를 흘끔거린다는 말이죠. 특히 유해진의 경우, ‘왕의 남자’(2005)에서 육갑이는 조연이고 ‘타짜’(2007)의 고광렬은 주연이라는 이상한 구분은 싹 무시하더라도 이미 여러 차례 주연다운 주연 배역을 맡은 바 있죠.
‘이장과 군수’(2007) 같은 작품에서도 차승원의 상대역으로 주연급 배역을 따내긴 했습니다만 전 이 배우의 본격적인 원톱 주연의 시작으로 ‘트럭’(2008)을 꼽습니다.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았지만 조연이 주연으로 역할 전환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실험적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이후 네이버의 분류대로 주연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소수의견’(2013)와 ‘베테랑’(2015)에서는 슈트 차림으로 나와서 조연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럭키’는 유해진-이준의 투톱을 내세운 영화입니다. 그래도 유해진 쪽에 무게가 쏠리죠.
영화는 역할이 바뀐 킬러와 무명배우가 서로의 삶을 대신 살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습니다. 빈자리가 보이지 않는 건 아니지만 코미디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웃자고 하는 얘길 가지고 죽자고 달려들면 답이 없으니까요.
말씀드린 대로 이 영화가 역대 코미디 영화의 흥행 기록을 다시 썼다는데 비교적 각본도 탄탄하지만 유해진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유해진은 사고로 기억을 잃어 팔자에 없는 단역배우를 하게 되지만 킬러의 본능이 감춰져 있는 형욱을 연기합니다.
사실 그 동안 유해진이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은 주연이라고 해도 차승원, 김윤석(극비수사)같은 쟁쟁한 배우들의 카운터파트 역할이었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준이 유해진의 카운터파트를 소화하고 있습니다. 단역으로 시작해서 조연으로 그리고 주연으로 성장한 유해진의 다음 행보는 아마도 원톱을 향해 갈 것입니다.
그러면 팬의 입장에선 한 명의 훌륭한 조연배우를 잃게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또 한 명의 주연배우를 얻게 되는 것일까요?
PS : 유해진 다음으로 관객몰이를 많이 한 두 사람의 조연배우는 누구일까요? 댓글에서 답해 보세요.
2016.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