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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하이웨이 Nov 08. 2016

로스트 인 더스트

형제는 용감했다

형제는 용감했다.    

직장을 잃고 이혼당한 동생 토비(크리스 파인)에게 교도소에서 출소한 형 태너(벤 포스터)가 찾아온다. 형제의 현실은 암울하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농장은 많지 않은 빚 때문에 은행에 넘어갈 형편. 그런데 이 농장에서 유전이 발견됐다. 어떻게 할 것인가?    

형제는 은행을 털어 은행 빚을 갚기로 결심한다. 기막힌 계획 아닌가?    

결심은 실행에 옮겨졌다.    

형제는 카메라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조그만 은행들을 털기 시작한다. 쓰다가 의심을 살 수 있는 고액권은 손도 대지 않고 경찰이 관심조차 두지 않을 푼돈만 쓸어 담는다. 그러니 은행 한 곳 털어서는 안 되고 여러 곳을 털어야 했다.    

작전은 좋았지만 길면 꼬리가 잡힌다고 연쇄 은행 강도사건이 발생하자 ‘텍사스 레인저’ 마커스(제프 브리지스)가 냄새를 맡고 형제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텍사스 사내들은 뭐랄까? 야성 같은 것을 간직하고 있다. 총기 소지가 자유로워 허리춤에 38구경 한 정은 다들 차고 다니는지 무장 강도 앞에서도 태연한 편이다. 형제가 잽싸게 은행을 빠져나가면 그들을 향해 총을 쏘기도 한다.    

결국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영화는 서부 활극으로 변모한다.    

데이빗 맥킨지 감독의 ‘로스트 인 더스트’(Hell or High Water)는 웨스턴을 계승한 영화다.    

은행강도라는 설정부터가 영화의 뿌리가 웨스턴에 있음을 짐작케 한다. 서부를 지향하긴 하지만 감독이 서부를 가리킨 이유는 사실 금융자본의 비정함을 말하기 위함이다.    

영화에는 코만치 인디언의 후손들이 등장한다. 원래 광활한 텍사스는 그들의 땅이었다. 비정한 서부의 법칙은 코만치 인디언들이 대대로 살아오던 터전을 빼앗았다. 이젠 그 땅을 은행이 먹으려 한다.    

그렇다면 은행을 턴 형제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며 분노한 시민들의 대리인에 다름 아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금융자본 때리기는 헐리웃의 단골 메뉴 가운데 하나다. 최근 개봉한 ‘라스트 홈’은 ‘로스트 인 더스트’와 직접적으로 맥을 함께 하는 작품이며, ‘마진콜’(2011)이나 역시 올해 개봉한 ‘머니 몬스터’도 금융자본의 비정함을 고발한다.    

대개 이런 류의 영화들이 IB회사의 건조한 사무실이나 대도시를 무대로 한 것에 비해 ‘로스트 인 더스트’는 먼지 날리는 텍사스의 황무지를 배경으로 금융자본의 생리를 고발했다는 점에서 올해의 발견이라 할 만하다.    

어쩌면 이 영화는 이미 ‘신속대출’ 간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는 오늘날 미국 농촌의 모습을 보여주는 지도 모르겠다. 오래 전 총구가 그 너른 땅을 차지했듯 지금은 금융자본이 그 땅을 삼키려 하지 않는가 말이다.    

2016.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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