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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하이웨이 Oct 31. 2016

자전거 도둑

지금은 자전거가 생계 수단인 경우가 흔치 않지만 7,80년대만 해도 ‘쌀집 자전거’라고 해서 자전거 뒷좌석에 쌀가마니를 실어 배달용으로 사용하는 자전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소개하는 영화는 자전거가 레저가 아닌 생계용으로 사용되던 시절의 이야기다.       

전후 이태리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도 그러하긴 하지만 일자리는 부족하고 일을 하려는 사람은 많은 건 2차 대전의 패전국 이태리도 마찬가지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안토니오는 구인시장에 나갔다가 벽보 붙이는 일을 얻게 된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한정된 시간에 많은 벽보를 붙이려면 속도가 관건이었던 것. 직업소개소에서는 안토니오에게 반드시 자전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은 얻었으되 수단이 없다. 아내는 침대의 시트를 벗겨 전당포에 잡히고 자전거를 살 돈을 마련하여 안토니오에게 쥐어 주었다.       

그 길로 자전거포에서 중고 자전거를 장만한 안토니오.       

다음 날 처음으로 벽보 붙이는 일을 시작한 안토니오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자전거를 도둑 맡는다.       

사실상 전 재산인 자전거,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는 자전거를 잃어버린 안토니오는 어린 아들 부르노를 데리고 온 로마시내를 뒤져 자전거 찾기에 나선다.       

그러나 자전거를 도대체 어디서 찾는다는 말인가?       

자전거 부품 시장에서 비슷한 자전거를 보면 장물이 아닐까 의심하지만 널린 게 비슷한 자전거다.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잡긴 했지만 자전거가 남아 있을 리 없다.       

결국 소득 없이 돌아가던 안토니오는 다른 사람의 자전거를 훔쳐 달아나려 하는데..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1948년작 ‘자전거 도둑’(Ladri Di Biciclette , The Bicycle Thief)은 자전거 한 대로 전후 이태리의 어려운 형편을 묘사한 영화다.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그러면서도 일정한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관객들은 과연 안토니오가 자전거를 찾을 수 있을지를 주목하게 된다.    

아빠의 손을 잡고 자전거 부품을 살펴보는 부르노는 부자(父子)의 설움을 증폭하는 한편 관객들에게 묘한 동질감을 이입하는 역할을 한다.       

굶주린 부자는 돈을 털어 레스토랑에서 한끼 식사를 하기도 하지만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에 급기야 자신의 빰을 때린 아빠의 마음을 어린 아들은 이해할까?       

부르노의 역할이 없었더라면 영화의 감동은 덜했을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주연 배우 모두가 전문배우가 아니라는 점이다. 데 시카 감독은 일반인을 캐스팅하여 전후 이태리인의 사는 모습을 가감 없이 앵글에 담았다.       

영화는 1950년 미국 아카데미와 영국 아카데미 그리고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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