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강하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가 아파트 관리비 문제다. 오죽하면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난방비 비리를 폭로한 배우 김부선을 ‘난방열사’라고 부를까?
그런데 아파트의 한 달 치 수도요금이 무려 120만원이나 나왔다면?
미용실을 운영하며 아들의 고시 뒷바라지를 하는 미경(박지영)은 시험을 며칠 앞둔 아들 익수(김대현)로부터 수도요금 120만원을 결제하라는 전화를 받는다.
공중목욕탕도 아니고 무슨 수도요금이 120만원씩이나..
원인을 알기 위해 미경은 아들이 거주하는 신림동의 고시촌에 있는 낡은 아파트를 방문한다. 그녀는 그곳에서 이 아파트의 수도요금이 개별 가구가 아니라 두 가구에 함께 고지된다는 사실을 알고 아들의 이웃인 403호를 의심하게 된다.
분명히 뭔가 있다고 느낀 미경은 꼬투리를 잡으려 하지만 고시생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라 주민들을 만나기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미경의 의심은 점점 더해지고 급기야 관리사무소 직원을 매수해 403호에 불법침입하게 되는데..
‘범죄의 여왕’(감독 : 이요섭)은 ‘1999, 면회’(2013), ‘족구왕’(2014) 등의 작지만 탄탄한 작품을 잇달아 발표한 광화문 시네마의 세 번 째 작품이다. 앞의 두 작품처럼 이 영화 역시 작지만 탄탄하다.
우리사회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공동주택의 관리비 고지서다. 광화문 시네마는 관리비에 얽힌 비화에 스릴러의 요소를 섞어 영화를 만들어냈다.
‘범죄의 여왕’은 이상한 관리비 부과체계를 내세워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아들바보 엄마나 고시폐인 등 사회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비꼰다.
영화는 기대와 달리 반전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으로 밋밋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순간순간의 몰입감은 피를 보이는 어지간한 스릴러 못지않다.
쉰의 나이에도 여전한 미모를 자랑하는 박지영의 1인극으로 흐르지만 조복래(개태), 허정도(403호), 백수장(301호) 등 조연배우들의 연기도 감칠맛 난다.
‘범죄의 여왕’은 분명히 2016년의 우수작 가운데 한편이지만 작은 영화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 8월25일 개봉한 이 영화는 11일 만에 관객 4만 명을 돌파하는데 그치며 작은 영화의 한계를 실감했다.
2016.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