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람이 왜 고통받는가?
『욥기』는 구약성경에 포함된 이야기로 기원전 2세기 경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욥이라는 인간의 삶과 시련을 담고 있다. 『욥기』는 일반적인 성경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구약성경 중 ‘시가서’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시가서는 시와 노래를 뜻한다. 실제로 『욥기』는 경전이라기보다는 희곡을 읽는 듯 느껴진다. 해석에도 여지가 있다. 시각에 따라 신의 의지를 의심할 수도 있다. 『욥기』를 쓴 저자의 의도가 어땠느냐와는 관계없이, 이 내용이 성경에 있다는 것만으로 신의 의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욥은 부자이지만 신앙심이 투철하고 착하며 모범적인 사람이다. 사탄이 이를 시기했는지, 하나님에게 욥을 시험해 볼 것을 요청하고, 하나님은 이를 허한다. 시작부터 신의 의도에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보잘것없는 인간이라 할지라도 다른 인간들에 비해 신실하고 선한 욥을 두고 사탄과 내기를 한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첫 번째 시련에서 넘어가지 않자 한 번 더 반복하기까지 한다. 그 과정에서 욥은 재산을 잃고 가족이 몰살당하는 등 인생이 망가진다. 그런 욥 앞에 친구라는 인간들이 찾아와 ‘네가 알지 못하더라도 죄가 있으니 이런 일이 생겼다’며 욥을 비난한다.
그러나 결국 하나님이 강림하여 세 친구를 꾸짖고 욥의 회개를 들은 뒤 그에게 빼앗았던 것을 배로 돌려준다. 하나 몰살당한 가족들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이런 일을 겪은 욥이 과연 행복한 말년을 보냈을까? 그에겐 이미 쓰기에 넘치고 남에게 한없이 베풀어도 충분한 재산이 있었고,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들이 있었다. 이를 한순간에 다 빼앗은 뒤 재산만 배로 늘려 돌려줬다. 한데 그것이 신과 사탄의 내기에 의한 결과였다. 어찌 신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해석에 따르면 『욥기』는 불행과 죄악에 대한 신의 개입이 어떤 의미인지를 탐구하는 내용이다. 불행이 찾아왔다고 해서 무작정 죄인 취급을 하는 욥의 친구들이 틀렸다는 것이다. 신은 자신의 권능을 설교하며 인간이 신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알린다. 즉, 불행이든 행운이든 모든 일은 신의 의지에 따른 것이지만, 그것의 의미나 동기, 결론 등 신의 의지에 관한 것은 차원이 다르므로 인간의 능력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코즈믹 호러를 연상케 하는 설명이다.
어찌 되었든 『욥기』가 경전의 성격으로 쓰였다고 전제한다면 신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는 이야기라는 해석이 우선일 것이다. 선한 사람도 얼마든지 고통을 받는 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기에게 무슨 죄가 있어 불치병을 앓다 죽는 일이 생기는 걸까? 이를 보며 사람들은 신의 존재를 의심한다. 이런 의문은 4천 여 년 전에도 인간들을 괴롭혔고, 『욥기』는 그에 대한 답으로 쓰인 셈이다. 그러나 결국 불가지론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명쾌하지 않다. 신은 범접할 수 없는 존재이므로 어떠한 뜻이 있을 것임을 믿고 계속해서 신앙심을 가져야 구원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는 지나치게 맹목적으로 다가온다.
논리성이나 설득력과는 별개로, 이러한 해석은 종교적으로 탁월한 효과를 보이며 여태까지 숱한 종교들의 발전을 불러왔다. 애초에 무신론자들과의 논쟁은 의미가 없는 것이, 종교인들은 내세를 믿고 현세에서의 믿음과 행동이 내세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어떤 역경이 와도 신을 저버리지 않고 믿음을 이어 나가야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무신론자들에게 내세는 없다. 현재의 행복과 만족도가 중요한데, 신이 나를 두고 사탄과 내기를 하여 살아 숨쉬기조차 고통스러운 역경을 주었다면? 말할 것도 없이 그 신은 악신이다.
이러한 종교적 문제를 떠나서, 4천 년 전 인간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조망하는 것 만으로도 『욥기』는 충분한 의미를 가지며, 훗날 많은 예술 작품에 영감을 주고 영향을 미쳤다. 친숙한 예를 들면,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 박사를 두고 신과 메피스토텔레스가 내기를 하는 장면은 『욥기』의 오마주다. 허먼 멜빈의 『모비 딕』에서 주인공 이스마엘이 혼자 살아남아 이야기를 전하는 장면은 욥의 하인 중 혼자 살아남은 이가 이야기를 전하는 장면을 인용하고 있으며, 거대하고 난폭하여 괴수처럼 묘사되는 흰 고래 ‘모비 딕’은 『욥기』의 ‘레비아탄’에서 따온 것으로 본다. 나는 무신론자이지만 이 위대한 기록물을 수천 년에 걸쳐 보존해 온 종교와 신앙의 공헌에 대해서는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