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탐구해 보편적 진리를 얻다
프랑스 작가 미셸 드 몽테뉴의 『수상록』의 원제는 『Les Essais』. 문학의 한 장르인 ‘에세이’의 기원이 된 작품이다. 프랑스 법관이자 작가, 철학자인 몽테뉴는 자신을 탐구하여 보편적인 진리를 얻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
『수상록』은 난해하다. 목차만 보면 ‘슬픔에 대하여, 예언에 대하여, 우정에 대하여, 상상력에 대하여’ 등 가벼운 내용들인 것 같지만 실제 글 안으로 들어가 보면 그렇지 않다. 그의 작품이 난해한 이유 중 하나는 그가 글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맥락 없이 써 나갔다는 것이다. 제목은 ‘슬픔에 대하여’이지만 슬픔 이야기로 시작해서 철학, 정치, 인생, 가치관, 신념, 종교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우후죽순으로 늘어 놓는데 순서나 흐름에 연결성이 적다. 그래서 사실 각 챕터의 제목에는 큰 의미가 없다. 읽다 보면 어딘가에서 그 주제가 언급되는 정도일뿐, 실제로 하는 이야기는 매우 방대하고 복잡하다.
또 다른 난해한 이유는 철학이다. 작가 자신이 철학자인 만큼,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며, 그것도 꽤나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최소한 그리스와 로마에 이르는 고대 서양 철학은 꿰고 있어야 한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은 물론, 세네카, 제논, 키케로 등 스토아 학파와 에피쿠로스, 그리고 회의주의의 피론까지 수많은 철학자들과 그들의 사상이 셀 수 없이 언급된다. 그 외에 처음 들어 보는 철학자들도 많다. 철학에 배경지식이 없는 내가 이 책을 이해하며 읽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나는 그저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나 배경지식이 필요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만 파편적으로 글을 읽어내는 게 고작이었다. 그나마 호메로스와 오비디우스, 베르길리우스 등을 읽어 놓은 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소설이나 서사시 등 이야기가 아닌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더 적응이 안된 것도 있다. 다만 에세이라는 장르와 작가인 몽테뉴에게 큰 감명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자신을 탐구함으로써 철학적인 질문들에 답을 한다는 방식이 취향에 들어맞았다. 나 역시 많은 시간을 사색과 공상으로 보내며, 그중 대부분이 나에 대한 사색이다. 지금이야 그런 사색이나 에세이가 흔하지만 몽테뉴의 『수상록』은 자신에 대한 탐구를 글로 써낸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
이 복잡하고 다양하며 난해한 『수상록』을 굳이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가 ‘레이몽 스봉의 변호’ 편에서 했던 말인 ‘나는 무엇을 아는가?’가 될 것이다. 그는 인간이 동물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식으로 인간의 우월성과 인식 능력, 그리고 그로부터 나오는 인간의 이성에 의심을 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이성은 진리를 확신할 수 없으며, 그러한 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식으로 ‘자연신학’을 쓴 레이몽 스봉을 변호한다. 몽테뉴가 번역한 이 책은 신학과 자연을 구분하고, 자유로운 탐구를 주장하는데, 신학을 모든 학문의 우위에 두었던 당시 교회는 이를 비판하고 금서로 지정한다. 이에 몽테뉴가 해당 책과 저자 레이몽 스봉을 변호하기 위해 에세이를 쓴 것.
그런데 그 결론이라는 것이 레이몽 스봉이 맞고 교회가 틀리다는 식이 아니라, 인간의 이성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신이나 자연과 관련된 진리를 이해할 수도, 판단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피론의 돼지’가 언급된다. 피론은 회의주의의 창시자로, 피론의 돼지는 그의 사상을 요약한 일화다. 난파되는 배에서 모든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동안, 돼지 한마리가 아랑곳하지 않고 평온히 먹이를 먹고 있다. 피론은 이를 두고 이 돼지처럼 언제나 흐트러짐 없는 태도를 유지하는 게 현자의 본분이라 말한다. 그는 인간의 이성에 회의를 품고 진리는 알 수 없으므로 모든 판단을 중지하고 평온을 얻으며 열린 자세를 취하라고 말한다. 이것이 그의 회의주의, 혹은 피론주의의 사상이다. 그리고 몽테뉴 역시 이 회의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다. 그가 이 에세이에서 중요하게 언급한 ‘나는 무엇을 아는가?’는 소크라테스의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와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이 소크라테스의 이 말은 그의 사상이 회의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몽테뉴는 『수상록』 전반에 걸쳐 소크라테스를 찬양하다시피 많이 언급한다.
이 에세이는 몽테뉴의 사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이다. 다만 분량이 모든 에세이 중 가장 긴데다가, 그 어떤 에세이보다 난해하다. 수많은 철학자들과 사상들이 등장하며 논리의 흐름을 따라가기도 어렵다.
『수상록』은 철학, 우정, 사랑, 섹스, 죽음, 의학, 법률 등 인간이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개념과 상황들에 대한 현자의 사색과 그로부터 도출된 철학적 사상을 접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수상록』을 두고 자신을 탐구하기 위한 지극히 개인적인 글인 듯 이야기했지만, 현명한 자의 심도 있는 사색과 자기 탐구는 자기 자신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갖추어야 할 보편적인 지식과 지혜로 귀결된다. 다만 철학적 지식이 부족해 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훗날 철학을 공부하고 나서 다시 읽기를 기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