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심, 스스로 잉태돼 태어나는 괴물
"질투심은 스스로 잉태되어 태어나는 괴물이다."
『오셀로』의 등장인물 에밀리아가 하는 말로,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주요 인물인 오셀로와 이아고는 모두 근거도 실체도 없는 거짓 질투심에 사로잡혀 끝내 파멸을 맞이한다. 특히 오셀로가 명확한 증거 없이 불륜을 의심해 아내를 살해하는 이야기로부터, 부정망상으로 인한 의처증과 의부증을 의미하는 '오셀로 증후군'이라는 말이 탄생하기도 했다.
셰익스피어보다 200여 년 전 중세시대 작품인 『데카메론』이나 『캔터베리 이야기』에서만 하더라도 여성의 순결과 정조는 그 무엇보다 강조되었으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여성의 성이 억압되는 것을 당연시했고 그러한 행위나 사상 자체가 미덕으로 여겨졌다.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을 여성을 위해 썼다고 밝히고 실제로 여성의 성을 비교적 자유롭게 다루었음에도, 그것을 숨기고 억압해야 할 것으로 취급했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한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도 가부장제와 여성 억압은 여전했다. 다만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햄릿』에서 햄릿이 오필리아와 자신의 어머니인 거트루드 여왕에게 쏟아낸 말들에서 보여 주었던 여성의 순결과 정조에 대한 억압적인 태도 역시 그 일환이다. 이러한 여성의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오셀로』에서 더욱 핵심적이고 파괴적으로 다루어진다.
셰익스피어에게 음란하다거나 외설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그의 작품에는 성적인 메타포가 가득하다. 이는 주제가 주제인 만큼 『오셀로』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오셀로가 아내 데스데모나에게 선물한, 빨간 딸기가 수놓아진 손수건은 작중에 일어나는 사건을 확대시키고 파국을 불러오는 핵심 요소이자, 여성의 순결과 정조를 강요하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오셀로와 이아고는 각기 다른 이유로 이 손수건에 병적으로 집착하는데, 이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왜곡된 시선으로 해석된다.
인간의 본성이면서도 죄악으로 여겨지는 시기와 질투, 그리고 왜곡된 성관념을 다루고 있다는 점 외에도 오셀로와 이아고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오셀로』를 더욱 흥미로운 작품으로 만든다. 오셀로는 백인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을 받는 무어인 출신 장군이지만, 그 누구보다 실력 있고 인품도 뛰어난 인물이다. 그런 오셀로가 이아고의 계략에 걸려들어 점차 이성을 잃어가고 순결한 아내를 의심하다 못해 결국 살해하는 악인으로 추락하고 만다. 그 과정에서 오셀로는 후회와 반성,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의심을 반복하기에 그의 최후는 더욱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데스데모나가 오셀로의 부하 캐시오와 바람을 피웠다는 이아고의 주장에는 명확한 근거가 없음에도 오셀로는 쉽게 속아 넘어간다. 당시 백인 사회였던 베니스에서 비주류인 흑인으로 살아가며 받았던 멸시와 차별, 소외감은 그에게 열등감과 피해의식을 갖게 했고, 여기에 여성에 대한 왜곡된 성관념이 더해진 탓으로 보인다. 매력적이고 완벽한 아내를 백인 남성에게 빼앗길 거란 불안감과 여성은 믿지 못할 존재라는 편견이 뒤섞여, 오셀로는 겉으로 아내를 존중하지만 무의식 중에 그녀를 항상 의심하고 있었던 듯하다. 작품 초반 오셀로가 데스데모나의 정숙함을 과하게 칭찬하는 장면은, 여성에 대해 극심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내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스스로를 세뇌시키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오셀로는 이아고의 말 몇 마디에 기다렸다는 듯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는 능력 있고 명예로우며 훌륭한 인품을 갖추었으나 현명하지 못했다. 이아고에게서 악당의 면모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를 무한히 신뢰했으며(하지만 이는 이아고의 능력이기도 하다), 순결하고 결백한 자신의 아내는 믿지 못했다.
오셀로가 악인으로 추락하면서도 일말의 양심과 인품을 저버리지 않는 반면, 이아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한 악인 그 자체로 행동한다. 심지어 그가 왜 그런 악행을 저지르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오셀로의 부관에 대한 시기와 질투, 출세하고 싶은 욕망, 여성에 대한 왜곡된 관념과 혐오 등 다양한 의도가 엿보이기는 하나, 그의 순수한 악행에는 그 정도가 못 미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장기말처럼 조종하고, 자신의 계략을 설계한 대로 성공시키는 그 행위 자체에서 큰 자기만족과 성취감을 느꼈던 것 같다. 이아고는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그러한 일들을 능수능란하게 해낸다. 숱한 악역들이 악행들을 저지르면서도 연민과 의심,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과는 달리 이아고는 확신에 찬 악당이다. 그런 그가 처음에는 혐오스럽다가, 나중에는 감탄스러울 지경에 이른다. 그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상대의 심리와 성격을 최대한 이용하고, 그에 맞는 처세술을 부려가면서, 악행을 저지르는 와중에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신임을 얻는다. 그가 독백으로 끔찍한 계략을 중얼거리다가 오셀로에게 굽신거리며 의도와 정반대 되는 말들로 현혹시키는 모습은 감탄스럽다.
그런데 그렇게 완벽하고 능수능란한 이아고를 종국에 파멸로 몰아넣은 것은 그가 그토록 무시하고 멸시했던 그의 아내 에밀리아다. 이아고는 여자란 힘없고 나약하며 어리석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자신의 원대하고 치밀한 계획에 그의 아내는 아무런 관련도 없을 줄 알았던 모양이다. 항상 무시받던 그의 아내 에밀리아는 자신이 모시던 데스데모나가 억울하게 죽는 것을 보고 거기 모인 지체 높은 양반들 앞에서 데스데모나의 결백을 주장하며 자신이 보고 들은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결국 당황한 이아고의 칼에 찔려 죽지만, 그녀의 그 용기가 모든 사실을 드러내고 이아고의 계획을 망쳐놓는다. 비록 끔찍한 죽음을 맞지만 권위적인 귀족 남성들 앞에서 남편을 비난하고 설교하는 말들을 쏟아내는 이 장면은, 말이 많은 것 또한 천박하고 음란하다고 여겼던 당시의 왜곡된 인식에 경종을 울린다. 여성들이 더 이상은 데스데모나처럼 입 다물고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자유의지의 표현으로도 여겨진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인 이 글 첫 줄에 쓴 한 마디를 에밀리아의 입을 통해 말하게 한 것 역시 그런 의도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닐까.
오셀로와 이아고 두 사람이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서로가 극 중의 대척점에 있음에도 여성에 대해 왜곡된 시선과 편견을 가지고 있으며 여성의 정조에 집착한다는 점은 닮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오셀로는 그것을 꼭 지켜야만 하는 것으로 강조하다가 자신의 아내에게 의심을 품고 무너지는 반면, 이아고는 자신의 아내가 이미 온갖 남자들과 수도 없이 관계를 하고 다녔다는 근거 없는 확신을 하며 세상 여자들이 모두 그러하다고 생각하여 멸시하고,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계략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한다. 그리고 둘은 모두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뒤 파국을 맞는다.
성적인 의심과 질투심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정신적 고통을 안겨 주는가는 현대 사회에서도 쉽게 목도할 수 있다. 치정으로 인한 살인 사건만도 셀 수 없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남성에게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통 질투심이라 하면 남성보다 여성이 더 심하다고 여기곤 하는데, 실상에서는 남성의 질투심이 더욱 극단적이고 위험하다. 자신의 유전자를 남겨야 한다는 본능적인 경쟁심이 그 질투심의 근원이기 때문이며, 그래서 수컷들은 다른 수컷을 죽이기를 서슴지 않는다.
다만 인간 사회에 와서는 이성과 사회성이 그런 경쟁을 가로막는데, 그 성숙도가 보잘것없어 원천 차단하지 못하고 오히려 왜곡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자존감이 낮고 그릇된 성 인식을 가진 남성들이, 오셀로가 데스데모나를 죽인 것처럼 경쟁심과 질투심에서 비롯된 분노와 공격성을 경쟁 남성 대신 여성을 향해 쏟아내는 것이다. 이처럼 『오셀로』에서 나타나는 갈등 요소와 인물들의 감정들이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이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