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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리 Jan 22. 2022

브랜드 디자이너가 되기로 했다.

살다보면 문득 놓쳐선 안될 것 같은 중요한 순간이 있다.

시간이 흘러 회사를 나온 지 벌써 약 두 달이 되었다. 마침 오늘은 생일이기도 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글로 적어보면 좋겠다 싶어 최근의 생각을 끄적여본다.


고백하자면 최근에 와서야 모든 프로필에 Brand Designer라고 명명해놨다. 사실 근 몇 년간은 Graphic Designer 혹은 Designer로 적어놨다. 실제로 해당 직책으로 회사에서 일한 지는 1년밖에 안되었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브랜드 디자이너 OOO입니다.’라고 소개할 때마다 조금은 쑥스럽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기분이 들었다. 나 정말 브랜드 디자이너가 맞는 건가.

2020년에 제작한 명함 내 일부. 앞면에 'Designer'라고만 적어놨다.


높은 퀄리티의 시각적 결과물을 만드는 건 디자이너의 기본 소양이다. 브랜드 디자이너에겐 특히 기획력이 중요한 것 같다. 현 시장에 놓여있는 위치를 인지하고, 이를 면밀히 분석하는 앞단의 기획과 설계 과정을 거치면서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다른 경쟁사와 다른 점이 무엇이고 우리만이 갖고 있는 가치 등의 본질을 묻는 질문에 확실하게 답하는 것이 우선이다. 차별화된 콘셉트와 확장 콘텐츠는 그다음인 것 같다.


1)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정의하고, 2) 시각적 결과물을 날카롭게 표현하고, 3) 일관된 경험을 위해 운영에 필요한 요소들을 빠짐없이 고려할 수 있는 4) 꾸준히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 그 모든 걸 만들어갈 수 있는 역할이 되고 싶다. 단시간에 몰입과 재미를 느낀 업이지만, 그렇다고 또 브랜드 디자이너의 직책 자체에 얽매이고 싶진 않다. 혹시 모르지 않은가. 나중에 물리치료사(?)가 되겠다고 뜬금 업종을 바꿀 수도 있고···


자아 싸움남



  회사,  번의 전환점


첫 회사의 1년은 그저 시키는 대로 일하는 반복적인 시간이었다. 남은 1년은 작은 범위에서나마 개인의 주관을 갖고 일했는데, 처음엔 티도 안 났던 시도들이 쌓이고 쌓여 ‘스스로 생각하는 힘’의 토대가 되었다. 두 번째 회사에서는 마침 브랜드 공부에 한창이던 때라, 서툴렀지만 회사의 상황과 비교해서 처음으로 ‘나’의 의견을 제안할 수 있었다. 그때 내향적인 사람도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게 만드는 ‘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능동적인 태도를 만들어준 회사였다.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도 애착이 남을 것 같은 세 번째 회사. 서비스가 곧 브랜드 경험인 회사에서, 스타트업의 브랜드 디자이너가 현실적으로 해야 할 업무와 더불어 비즈니스 맥락에 따라 타협해야 할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 1년이 2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치열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동료들과 한 발씩 만들어가는 경험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하나의 브랜드(혹은 서비스)는 내부 구성원과 문화가 유기적으로 일궈내는 그 자체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동시에 개인으로서의 한계와 팀으로서의 가능성을 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매 순간 좋은 경험만 있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결국 좋게 만들어가는 건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함께하는 동료 덕분이었다.

 



나는 어떤 디자이너가 될 것인가


디자이너 모두 각자마다 성장하는 방식이 다르고,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다. 어쩌면 개인이 삶에서 믿고 있는 정의가 최선이라 생각하고 쭉 달려가는 것 같다. 그게 맞는 것 같고.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 현재의(주니어) 단계에서 꼭 갖고 가야 할 아이템(?)이 무엇일까 고민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끊임없이 사고하는 태도와 다양하게 도전해본 프로젝트 경험인 것 같다. 디자이너는 결국 디자인으로 말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더 말랑한 뇌에서 더 많이 얻을 수 있으니까. (사실 나이는 상관없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다. 체력이 크게 한몫해서요,, 따흑)


가끔, 타이밍을 절대 놓쳐선 안될 것 같은 순간이 있다. 눈앞에 놓여있는 선택의 기로에 따라서 앞으로의 방향성이 크게 좌지우지될 거라는 직감이 올 때가 있는데, 모든 결정에 얻는 것과 잃는 것이 함께 있다면 결국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게 최선이란 기분이 든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는 세상에 널렸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환경에 속해 있을지 선택할 자유는 있다.


앞으로도 피땀 나게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과정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마음이 흔들릴 땐 가끔 들어와서 이 글을 읽어보려 한다. 설령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개의치 않고 꾸준히 이어나가자. 이는 앞으로의 모든 선택에 책임을 지고, 현재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이자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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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2

덧) 인스타그램에 작업계정을 새로 팠습니다. 언제든지 놀러오세요! �
https://www.instagram.com/blue.werdness/?hl=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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