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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설 Jan 08. 2024

[필리핀세부한달살기] 여행이 아니라 삶 2

디지털 노마드인 나에게 맥북 너마저


앙꼬 없는 찐빵은 무슨 맛

세부에 온 지 2 주가 되어, 아이들은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고 나는 집에서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 있었으면 하루 종일 아이들 방학에 밥하고 청소하고를 반복하며 있었을 시간에, 이렇게 나만의 시간이 생기니 그저 나에게 꿈만 같았다.


세부에 오게 해준 건 내가 디지털 노마드로 일을 하게 되면서 부터였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이 나의 글을 쓸 수 있고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어 집에서도 돈을 벌 수 있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무기로 컨셉을 잡고 일을 해나가다 보면 하나씩 쌓여간다. 차곡 차곡 쌓아 올리고 뒤를 돌아 보는 재미도 이 일에서 얻는 기쁨 중 하나다.

 또 일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사하고, 아이들을 보면서도 가능하다는 건 큰 메리트이다.


짐 가방을 챙기고 있는데 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 예전에 베트남 여행갈 때 캐리어에 충전기 넣어둬서 한참을 찾느라 비행기 탑승을 놓칠 뻔 했다니까?”


일하는데 필수품인 노트북은 노트북 가방  안에 넣고,  

,비행기 입국시 필요한 서류도 파일함에 안전하게

넣어서 준비했다. 그 안에 충전기도 넣어 비행기를 탑승하기 까지 안전하게 전기 전자기기를 보관하였다.

그렇게 나의 밥줄인 노트북은 비행기를 타고 나와 함께 세부에 왔다. 여전히 매 주 나의 글을 쓰고 전달을 도와주는 고마운 앙꼬.


아니 근데 이게 무슨일이야…

침대 위에 맥북을 놓고 한참을 타자를 치고 있다가 다시 식탁위에 올려두고 망고주스 한잔을 마시려고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는데… 검은색 배경에서 좀처럼 밝아지려고 하지 않는 내 노트북은 그렇게 잠이 들었다.

깨우려고 여러 방법을 시도하였지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것처럼 날 두고 떠나버렸다. 애플 고객센터에 연결하려고 하였더니 여기는 한국말이 통하는 곳이 아닌 필리핀이라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고객센터에 영어로 말해야하고, 영어로 설명을 들어야 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하지 못했고 그 사람이 하는 말도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럼 그렇지 …

난 여기에서 지금 살고 있는데.. 난 여행자가 아닌 삶을 살고 있는데 삶 속에서 만난 문제를 해결하는게 결코 쉽지가 않네.. 살면서 여러 문제사항이 있었지만 말을 못해서 문제를 풀지는 못했기에 이 상황은 꽉 막힌 트래픽 보다 더 심각했다.


겨우 얻어낸건 아얄라몰 애플센터에서 노트북을 맡기고 고치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곧 포기했다. 여기에서 노트북을 맡겼다가는 말도 안통해서 더 돈을 비싸게 주고 수리해야할 것 같고, 어쩌면 수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수리해야할 상황이 생길 것도 같고.. 안고쳐지면 한국가서 다시 고쳐야 하지 않을까.. 종 잡을 수 없는 변수에 한국에서 고치기로 마음 먹으며 결단을 내렸다. 같이 온 언니의 노트북을 하루 2시간씩 빌려가며 겨우겨우 일을 처리하며 남은 2주를 보냈다.

멋지고 쿨하게 디지털 노마드 삶을 즐기려고 왔건만 앙꼬 없는 찐빵은 남은 시간을 핸드폰으로 타자를 치면서 눈에서 땀나도록 힘든 맛을 보았다.


언제든 변수에 당황하며 여행객에게 생기는 일이 있다면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역시나 달랐다.

삶은 늘 해결해야 할 숙제들을 하루하루 처리해나가는즐거움이 있다. 그게 바로 삶!

여행과 삶은 역시 스케일이 달랐다!


그래도 아프지 않고 여행을, 삶을 살아낼 수 있음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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