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기획자의 첫 사회생활 기획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나의 첫 회사.

by 블루잉오렌지




언제나 나는 아이에서 벗어나서 자기 몫을 스스로 하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기를 원했고...


지금 그 소망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내가 생애 첫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겪은, '사소한' 사건사고들을 지금부터라도 여기에 기록해두려고 한다. 내가 또 잊어버리기 전에.







내가 UX 기획자가 처음 된 날의 이야기.



우리 회사는 에이전시다. 인원수는 서른 명 남짓, 팀 분위기는 온화하고 자유로운 편이며, 팀 구성원들도 대부분 유한 성격에 자기 일 묵묵히 진행하는 성실한 타입이다. 나는 일단 입사하자마자 인스타에서 무수히 많이 봤던 직장 빌런 유형이 이 회사에 있는지부터 샅샅이 수색했고, 안 보인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오래 다닐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이 회사에서 이룰 나의 성장과 커리어 맵을 머릿속으로 꿈꾸기 시작했다.


입사해서 배정된 자리로 가자, 부드럽고 친근한 성격의 여자 직원이 내게로 다가왔다. 그녀는 자기를 C라고 소개했으며, 자신이 나의 직속 사수이자 내가 배정된 팀의 리더라고 전해주었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나 자신을 소개했고, 서로의 스토리를 약간 공유하면서 어색함을 가라앉혔다.



C: 아, 심리학과 출신이세요? 진짜 대단하다! 저 대학원 다닐 때 유일하게 진짜 봐도 하나도 이해가 안됐던 게 심리학 논문이었거든요. 너무 어려워가지고.



나는 C가 대기업 출신이고, 누구나 이름을 알아주는 대학을 나와 박사 과정을 밟았던 상당한 엘리트란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내 전공과 UX와의 보잘것없는 상관관계에 대해 알고 있고, 나를 비전공자라고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고평가하고 있다는 점에 C에게 상당히 좋은 첫인상을 가졌다. C는 매우 사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나가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고, 나는 좋은 사수와 만나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왜 대기업 출신인 사람이 이런 골방 에이전시에 있는지 잠시 의문을 가졌지만.. 뭐 그건 차차 친해지며 알아보기로 하고. 사실 별 상관은 없고.



C: A 씨는 회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뭐예요?

나: 음... 저는 사람이요. 일단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게 좋죠?

C: 저희 회사가 좋은 게 사람들이랑 분위기가 되게 좋고 친해요. 빌런도 없고! 저도 대기업에서 되게 시달리고 와서 그런지 여기 와서 그런 점이 되게 좋았어요.

나: ㅎㅎ 다행이네요



실제로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람은 아니다. 물론 사람이 중요한 건 맞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물론 성장이다. 거기에 더해 동료들과 적당히 친하게 지내며 적당히 잘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 눈에 띄게 화려하진 않더라도 내가 배울 게 있고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알찬 프로젝트, 그리고 돈.


다만 나는 일부러 솔직하게 이런 내 심정을 C에게 말해주지는 않았다. '제 목표는 성장이에요'라고 말하는 건 부끄럽기도 했고. 나는 회사 경험 없는 잔바리 신입이니까 겸손하고 성실한 태도와 이 회사 분위기에 녹아들어갈 수 있는 착하고 협조적인 모습이 일단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기에 맞는 답변을 했다.


C는 나에게 매우 호의적이었다. 그리고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게 매우 빨랐다. 그리고 이런 성향의 사람들치고는 꽤 선을 잘 지키는 편이었다. 적당하게 치고 빠지는 말솜씨, 부담스럽지 않은 화제 꺼내기, 시끄럽지 않고 사근사근한 목소리 톤... 그런 점들이 마음에 들었고, 동시에 눈치에 밝은,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어쨌든 C는 나에게 회사 사정 이것저것을 알려주고, 점심을 같이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내 첫 직장 동료인 C는 모범적인 사수였고, 나는 정말 무리 없이 첫 회사에 적응을 시작했다...







빌런이 될 때까지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