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어제와 다를 것이 없는 아침이었다. 어김없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트레인에 몸을 싣고 빈자리가 없는지 두리번거리던 중이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그날따라 눈에 들어오는 광고 사진 하나.
사진 한 장에 군더더기 없이 Mungo라는 단 하나의 단어만 쓰여있는 광고.
사진을 고정하는 테두리를 보아 묻어있는 시간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그날에만 눈에 들어왔던 걸까?
사진 속 Mungo는 정말 지구가 맞을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붉은빛을 내었다. 사막의 붉은빛을 받은 달은 마치 해 질 녘 하늘색처럼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붉은 사막의 노여움이 순수한 백색 빛을 집어삼키려는 것처럼.
고혹적이다. 이 단어를 빼고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었을까?
그 모습은 마치 지구 멸망의 날이 있다면 바로 내 이 모습일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마음 한구석에서 들려오는 하지 말라는 말을 무시하고 들을 수밖에 없는 매혹적인 속삭임처럼 경이로움과 함께 두려움을 함께 보여주고 있었다.
'메마르다 못해 쩍쩍 갈라진 대지를 지나고 태양에서 쏟아내는 열기를 그대로 머금은 사막을 헤치고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너는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모습을 보게 될 거야. 하지만 그 광경을 목격한 그 순간 결국 넌 죽음을 맞이하게 될 테지.'
'저기다. 나는 저기를 가야겠다!'
다음 휴가를 계획하며 구글로 찾아본 Mungo는 좀처럼 그 길을 내주지 않는 곳이었다. Mungo는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 주에 있는 국립공원이었지만 센트럴 오스트레일리아와 더 가까운 곳. 그곳 안에는 숙박업체가 단 한 곳이 있다는 것. 인터넷은커녕 휴대폰 통신이 전혀 터지지 않기 때문에 길을 잃으면 이정표도 없으니 말 그대로 나침반에 의지해서 길을 찾아야 할 것 같은 그런 곳.
어느새 손에 쥐어지지 않는 마음속에 박힌 별처럼 가끔씩 힘들 때마다 들여다보는 그런 곳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4여 년이 지나고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날, 호주를 떠나기 전에 Mungo로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