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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황하는 콧날 Aug 19. 2018

첨밀밀-꿀처럼 달콤한

**스포 있습니다**


먼저 리뷰를 쓰기 이전에 제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인 만큼 어떤 포인트와 어떤 감정을 잡고 글을 써 내려가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솔직히 글을 쓰기 전에 내 머릿속에 아니면 가슴속에 표현하고 싶은 10가지가 있다면, 글이라는 도구를 빌려 표현되는 것은 2가지 조차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도 10가지 중 2가지 정도도 표현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니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조차도 그렇지 않을까요?


찾아보니 첨밀밀이란 뜻은 꿀처럼 달콤한 이라는 형용사라고 합니다. 영화 제목과 굉장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영화 속에 가슴 먹먹하게 엇갈리는 사람들을 보면 잘 뽑아낸 제목은 아닌 거 같기도 합니다. 


#다양한 사랑의 프리즘


첨밀밀에는 다양한 사랑이 등장합니다. 본토인과 홍콩인 구분 없이 모두가 사랑한 가수 등려군, 엇갈리는 사랑에 애잔한 주인공 이교와 여소군, 어둠의 세계에 있어 때문인지, 정말 사랑하는 이교에게 항상 떠나도 좋다고 말하는 멋쟁이 건달 표, 한량 영어강사 제레미와 창녀 닭의 발가벗은 사랑, 그리고 단지? 하룻밤을 보낸 영국 배우를 사랑해, 오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평생을 그리워하는 고모!


저는 이 사랑들 중 고모의 사랑이 가장 달콤했고 애잔했으며 잔인했습니다. 고모의 사랑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횟수와 기간보다 단지 짧은 시간, 찰나의 순간이 강렬하고 황홀했다면 그 사랑 또 한 충분히 깊다. 그리고 평생을 그리워할 만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은, 이루지 못한 꿈과 같습니다. 뛰어넘을 수 없는 틈 앞에서 좌절했고 또 그 앞에서 희망을 품었고, 고통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다 잊은 듯 무던히 살다가 불현듯 떠오릅니다. 이루지 못했기에 가질 수 없었기에 더 그립고 애잔합니다. 어쩌면 황혼의 무렵에, 내가 점점 꺼져 간다는 것을 느낄 때 떠오르는 장면들 중 하나는 이루지 못한 사랑이지 않을까요.


#꿈의 그곳, 홍콩에서 엇갈린 것들


영화의 배경인 홍콩은 꿈의 도시입니다. 그리고 본토인과 홍콩인이 등장합니다."본토인"과 "홍콩인"은 격동했던 중국의 근현대사를 표현하는 듯합니다. 중국이 성장하기 전 본토인들은 "아메리카 드림"처럼 "홍콩"드림을 꿈꾸며 홍콩에 옵니다.


영화에서 홍콩은 이교가 말하는 것처럼 악착같이만 한다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기회의 땅입니다. 그곳에 본토인들은 도달합니다. 많은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는 그곳, 홍콩에 도달합니다. 화장실 앞 창고에서 잠을 청하고 하루에도 몇 가지 일을 하는 그들의 삶을 충분히 고단합니다. 악착같지만 웃습니다. 여소군은 본토에 있는 애인에게 배달일이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말합니다. 급여가 홍콩달러로 2000달러가 넘고 보너스도 있다고 합니다. 이상, 성공과 꿈이 있기에 참고 웃습니다. 하지만  웃음들로 가려진 뒷면에 외롭고, 힘들고 당장이라도 돌아갈고 싶은 또 다른 이상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고단한 삶 속에 사랑은 피어납니다. 잠깐 서로 등을 기대어 쉴 수 있고 쓰디쓴 일상에서 꿀처럼 달콤함을 주는 "그 사람"이 서로에게 필요합니다. 그렇게 이교와 여소군은 사랑에 빠집니다.


본토인과 홍콩인은 또 한 번 소용돌이치게 됩니다. 세상에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본토, 중국은 다시 세계의 중심에 가까워져 가고 강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홍콩은 중국에게 반환됩니다. 귀속되어집니다. 


꿀처럼 달달한 시간에 모든 것이 잊혀질것 같은 여소군과 이교. 두 사람에게도 강자가 등장했습니다. 잠시나마 그들의 삶에서 주인공이었지만, 닥쳐오는 이상과 현실에서 다시 작고 초라한 단역으로 추락합니다. 두 사람 또한 그들의 이상에 귀속되어버립니다. 홍콩이 더 강한 중국에 귀속되었듯이. 


홍콩의 반환에 홍콩인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처럼, 이교는 보란 듯이 성공하겠다는 이상이 여소군에게는 본토에 두고 온 애인, 그가 가지고 있던 또 다른 세상이 있습니다.

극 중에서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제 해석으로는 이주민 흔히들 말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삶은 그들의 삶이 아닙니다. 그들의 돈벌이는 본국에 남겨둔 가족들의 돈벌이고 그들의 성공은 집안의 성공입니다. 아마 떠나 올 때도 가족들이 모아준 쌈지 돈으로 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이상과 현실의 무게도 가볍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좌절되었고 엇갈립니다. 그들은 다시 재회했고 숱한 망설임 끝에 선택합니다. 모든 것을 버리더라도 "함께 하기로" 합니다. 진정으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세상의 강력은 그 둘을 멀리 튕겨내 버립니다. 


주연은 많은 것들에게 시기심을 받습니다. 그리고 주연을 다시 조연으로 단역으로 추락시키려고 하죠. 앞으로 찾아 올 수도 있는 사랑들에서 우리는 굳건히 오직 두 사람이서 주인공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요?

 

#등려군


첨밀밀 영화에서 등려군과 월량대표아적심을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등려군의 음악이 영화 아주 잘 어울립니다. 영화를 만들어 놓고 영화에 맞는 등려군의 음악을 넣은 것인지 등려군의 노래를 표현하기에 영화를 만든 것 인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영화에서 말하는 여러 가지 사랑 중 하나는 중국인들의 등려군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왜 중국인들이 등려군을, 그의 음악을 사랑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마도 잔인했던 중국인들의 근*현대사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영화에서는 홍콩이 등장합니다. 중국 대륙, 본토가 있고 등려군의 출신인 대만이 있습니다. 같은 중국인이지만 세 개의 나뉜 공간이 등장하듯 중국의 근현대사는 고난의 행군이었습니다. 열강들의 의해 중국인들은 유린당했고 군벌, 난징학살, 국공내전, 문화혁명, 천안문 사건 등 중국인의 굵직한 근현대사, 물결치는 세상은 평범한 이들에게 고난이었고 피비린내가 진동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났고 그 사랑은 꿀처럼 달달했습니다. 사랑은 힘들고 별 볼 일 없는 하루도 꿈꾸는 날 처럼 바꾸어 주는 마법이 있습니다. 현실을 잊는 마치 강력한 마약 같은 힘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청아한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하는 등려군을 중국인들은 사랑했을 것입니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힘들고 고된 하루가 잊혀지지 않았을까요.  


#꿀처럼 달콤한 장면들

#1. 눈빛

첨밀밀의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여명과 장만옥의 젊은 시절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를 찍을 당시 지금 제 나이보다 아마도 어릴 것 같습니다. 두 배우의 흔들리는 눈 빛, 사랑스러운 눈빛, 주저하는 망설임들이 잘 표현되어 좋았습니다. 두 배우를 외모를 어떻게 젊은 시절로 돌리수 있다고 가정을 하고, 다시 첨밀밀을 찍어도 인생 경험이 많아진 두 배우가 다시 그 느낌, 눈빛 등을 표현하긴 어려울 거라고 생각됩니다. 젊고 가장 예쁜 시절의 사랑이야기가 주는 청량감이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2 표와 떠나는 이교

정말 사랑하는 남자인 소군과 함께 하기로 하고 표에서 이를 알리러 갔음에도 소군을 배 밖에 남겨두고 이교는 표와 함께  떠납니다. 저는 이것 또한 이교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쫓기는 표에게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소군이라는 이야기를 이교는 표에게 결국 내뱉지 못합니다. 


잘 모르겠지만 이 장면을 보고 정이나 표현할 수 없는 다른 감정들 또한  사랑의 한 종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지켜주고 싶다는 감정 또 한 사랑의 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녹아버린 초콜릿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증권거래소 앞에서 기다리면서 녹아버린 초콜릿 때문에 아웅다웅하는 장면입니다. 소군은 이교를 주려고 사 온 건데 녹아버렸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거절하는 이교에게 괜찮다며 "조금만 먹어보라고 합니다. "조금만" 그런 소군을 보고 이교는 "나에게 왜 이렇게 잘해줘?"라고 말합니다.

맛있는 것을 보면 그 사람에게 먹여주고 싶고 그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겠죠.

아마도 녹아버린 초콜릿은 이후 달달함이 녹아버리고 어긋나는 두 사람을 암시하는 장치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교는 소군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항상 내 곁에 있으면서 날 웃게 하려고 해요"

"당신이 홍콩에서 가장 친한 친구예요"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나눈 다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백하자면 "나에게 왜 이렇게 잘해줘" "당신이 내 가장 친한 친구예요"라는 말은 부끄럽지만 제가 다 들었던 말이네요.. 


제가 공감할만하고 예전에 느꼈었던 감정이 아닌 "느낌"을 상기시켜주는 첨밀밀은 참 좋은 멜로 영화이고 제가 리뷰를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끝으로 첨밀밀 ost인 월량대표아적심, 공감이 같던 네이버 베스트 댓글, 글귀 하나를 첨부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난 이 영화가 너무 좋다 어렸을 땐 엇갈리는 아쉬움만 보였고 스무살 초반엔 홍콩사람들이 보였고 스무살후반엔 다른 사랑들이 보였는데 서른한살을 지나는 오늘은 내 지나간 이십대가 보인다>

-출처 네이버 영화-


어느 하루 다를 바가 없던 밤 똑 같이 새까맣던 어느 무던 한 밤 갑자기 그 사람이 그립다.

또렷하게 그리워하고 싶것만 창밖, 건너편 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만큼 딱 그만큼 점점 흐릿하다. 그래서 더 아련하고 무던한 밤이 되었다.<by 콧날>


https://www.youtube.com/watch?v=-n_Kw19q2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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