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과 추락 2
말위에서 눈을 맞으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을 타고 있으니 엄청 위험했다. 말이 크다보니 내 몸의 위치가 엄청 높아졌다. 말에서 떨어지면 길옆 낭떨어지로 떨어지거나 주변이 돌이라 최소 중상이었다. 그리고 돌계단이 많이 말이 계단으르 내려갈때는 몸이 엄청 뛰어 올랐다. 말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고삐를 죄고 몸을 최대한 말쪽으로 숙였다. 말냄새가 진동을 했는데 그런 동물 비린내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살아야했고 무사히 내려가 부모님께 돌아가야할 사명이 어느 새 생겼다. 내가 의도한 사고는 아니었지만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다.
흡사는 나는 서부영화에서 총을 맞고 말위에 쓰러져 마을을 찾는 사람 같았다.
눈은 굉장히 많이 내렸다. 몸에 눈이 쌓여갔고 안경에는 눈이 달라 붙어 앞이 잘안보이게 되었다. 체온이 떨어졌는지 잠도오고 정신도 없었다. 솔직히 내려가는 과정 중 반정도는 기억에 없다. 반쯤 잠들었던 것도 같다. 그래도 살기위해 고삐를 즨 손에 힘은 빼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그 상태에서도 말에서 떨어지진 않았다. 그렇게 나는 딩보체까지 말을 타고 900m를 내려가야한다. 그렇게 나는 칼라파타르 정상에서 딩보체까지 하산이 아니라 추락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중간 롯지에서 진감독님 일행과 만났다. 서로의 상태를 점검하기도 하고 쉬어 갔다. 약사선생님은 보이지 않았다. 아! 에베레스트 등정 원정대 김선생님은 원정대 캠프가있는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로 가시고 하산시에는 함께 하지 않았다. 약사선생님과 그의 포터는 도저히 딩보체 까지 내려갈 자신이 없다며 중간에 헤어져 다른 곳에서 하루를 보내시고 하산하기로 했단다.
롯지 카페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니 정신 조금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쉬었다. 진감독님은 먼저 출발하시고 카르마씨는 나와 동행했다. 다시한번 진감독님에게 나를 챙겨준 동행 진감독님에게 감사드린다.
그렇게 내려가고 있는데 한시간 쯤 지났을까 중간에서 턱에 손을 대고 있는 진감독님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카르마씨는 진감독님과 함께 내려갔다. 나는 마부와 내가 타고 있는 말과 함께 계속 하산했다. 눈은 계속 왔고 다시 정신이 반쯤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해는 졌고 아직 롯지에 도착하지는 못했다. 어둑어둑한 길을 말을 잘도 내려갔다. 참 말에게도 고마웠다. 상당히 무거웠을 텐데 나를 무사히 데리고 왔으니 말이다. 어두웠던 길을 계속 걸어 드디어 목적지인 딩보체 로지에 도착했다.
마부는 약속된 로지에 내려주었다. 로지 앞에서 나는 영어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산병으로 몸이 안좋았는데 고맙다고 전했다. 마부는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참 한국인과 비슷하게 생긴 분이었다. 내 또래로 보였는데 인상도 참 좋았다. 그러곤 자기는 다시 고락셉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나는 그 마부도 당연히 같은 롯지에서 머무를 거라고 생가했는데 아니었다. 이 어두운데 어떻게 다시 올라가냐고 했더니 말의 눈은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그는 다시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올라갔다.
나는 딩보체 롯지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고 이목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해가진 이시간에는 사람이 도착할 시간도 아니었고 내 얼굴도 엉망이었으니 놀랐을 것이다. 그때 나는 서부영화에서 눈이 펑펑내리는날 마치 현상금 사냥꾼에게 쫓기다 들어온 영화속 사람이었다.
밀크티를 하나시키고 진감독님을 기다렸다. 차를 마시고 있으니 진감독니 얼굴에 인상을 잔뜩 찡그린채로 롯지식당에 들어와 내앞에 털썩 앉으셨다. 턱에는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 깜짝놀라 고통스러워하는 진감독에 물으니 아까 중간에 차를 먹고 헤어진 후 잘못된 길로 들어가 설산에 갇힐 뻔했다가 현지인을 만나 다시 내려왔는데 그 과정에 넘어져 턱을 깨셨다. 그래서 중간에 만났을 때 턱을 잡고 계신거였다. 그리고 포터 카르마씨와 같이 내려오면서 그가 실수를 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빨리 오기위해 진감독님을 지름길로 데리고 간거 였다. 지르름길로 오는 도중 돌담을 넘다 뒤로 크게 넘어져 머리를 심하게 부딪치고 쇄골이 부러진것 같다고 하셨다.
진감독님 까지 다치시니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고 많은 생각이들었다. 롯지 식당에는 한국인들이 많이 있었는데 형제부부끼리 ebc트레킹을 오신가족들이 었다. 아마 그분들도 한국인 두사람이 그런 몰골로 들어오니 많이 놀랬을 것이다. 그 한국분들이 괜찮냐고 물어 오셨고 진감독님의 응급처치를 도와주셨다. 턱에 반창고를 붙이고 상태를 점검했다. 한국어른들이 쇄골이 부러진 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같기도 긴가민가 하셨다. 진감독님은 부러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진감독님은 계속 고통을 호소하셨지만 상황은 어느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어쨌든 서로 목숨은 붙어 있으니 안도했다. 진감독님은 그래도 먹어야하니 밥을 시켜먹자고 하셨다. 밥을 먹으면서 진감독님이 이야기 하셨다.
아무래도 오늘 우리 두 사람중 한 사람은 죽는 운명이었는데 하늘이 도와 둘다 살려주신것 같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네팔에 오기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상을 치루고 왔는데 외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그런 것을 믿진 않지만 아버지를 잃은 불쌍한 딸(나의 어머니)를 위해서 나를 지키기위해 저 하늘에서 여러 다른 존재들과 싸운신 것은 아닐까.
진감독님은 낮에 칼라파타르에서 돌아와 식당에 들어서던 모습에 대해서 묘사해주셨다. 입술이 엄청 파랬고 입술은 엄청 부어있었다며, 마치 진감독님이 기자생활을 할때 압사 당해 질식해죽은 시체를 본적이 있는데 마치 그 모습같았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정말 내 상태가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했다고 말해주었다.
그떄 그날은 정말 이상한 날이라고 말하셨다. 진감독님은 30번이상 ebc와네팔에 왔는데 이랬던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하셨다. 길을 잘못들어 낭떨어지 앞까지 간적은 있지만 배테랑인 자신이 넘어지거나 해서 크게 다친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더욱 둘중하나는 잘못될 운명이였는데 이만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자고 하셨다.
일단 우리는 내일 어떻게 할것인지 내일 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잠을 청하기 위해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막상 자려고 하니 혹시 내일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가 엄습했다. 트레킹 과정 중에서도 아침 눈을 떠서 침대에서 일어날때 두통이 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침대에 등을 대고 앉아서 잠을 청했다.
앉아서 눈을 감고 많은 생각들이 났다. 나는 왜 몸의 이상신호가 충분히 왔는데도 그것들을 무시하고 꾸역꾸역 미련하게 올라갔나? 역시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왔어야 했나?? 이런 생각들을 하며 잠이들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