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처 과천이나 양평, 사람이 살지 않는 한적한 땅에 누군가 호랑이를 키운다면 어떨까?
한 마리가 아니라 몇십 마리를 키우면서 동물원을 짓는 다면? 에버랜드 같은 회사가 아니라 개인이 운영한다면? 호랑이뿐만 아니라 늑대, 표범 등 맹수들을 키우고, 철조망을 설치하고 사람들을에게 입장료를 받고 동물은 운영한다면?
그리고 나도 호랑이를 키울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동물원을 지키기 위해 m16, k2, 다이너마이트, 등 중화기로 무장하고, 지역 경찰서장 혹은 파출소장에게 가서 누구든 내 동물들을 빼앗으려 한다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지는가? 상상이 가는가?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지방정부는? 공무원들은? 그리고 우리의 사회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지는가?
하지만 이런 믿기지 않는 일이 실제로 미국에서 일어났다.
몇 달 전 코로나가 한참 창궐해 판데믹이 선언될 때(지금도 별반 나아진 것은 없지만),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질 때, 슈퍼메가 히트를 기록한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이 있다. 내 기억으로는 3천만 명 정도가 이 다큐를 시청했다고 한다. 이것은 넷플릭스 종전의 히트작인 기묘한이야기보다 더 많은 시청률이라고 한다.
이 다큐를 본 사람이나 소개 영상에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미친, 무법, 경악스러움, 살인, 마약, 같은 쇼킹한 것들이었다.
타이거 킹 조 이그조틱
다큐에는 조 이그조틱(조 이그조틱 본인이 직접 붙인 이름)이 등장한다. 영어를 잘 모르겠지만 exotic이란 단어 자체가 좀 이상하다. 머 지나가는 말이지만 스트립댄서를 exotic dancer라고 한다고 사전에 명명되어있다.
이 이름 자체도 이상한 조 이그조틱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오클라호마주 윈우드에서 자신의 개인 동물원인 G.W 동물원을 운영하며, 말총머리에 카우보이 같은 복장에서 항상 권총을 차고, 동성애자, 총을 아주 사랑하며 호랑이를 아주 좋아한다.
그런데 호랑이를 교배시켜 새끼 호랑이를 밀매하며, 마약을 공급하여 꼬신 두 사람의 이성애자 남편이 있으며(남편들은 동성애자 아님 이성애자임), 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총을 쏘며 다른 개인 동물원 주인을 살해하겠다는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 방송을 하고, 동물원 직원들에게는 주당 몇만 원 정도의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을 지불하고, 직원들의 식사로는 인근 월마트에서 유통기한 때문에 폐기된 식료품을 제공하며, 호랑이에게도 폐기된 식료품이나 로드킬로 죽어간 동물을 제공하며, 주지사 선거에도 나가고, 앨범을 내고, 노래도 하고 음..... 간단히 설명하면 이 정도이다.
개인 동물원을 운영하는 사람들
이 실화 다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정상이 없다. 하나같이 구린내를 풀풀 풍긴다.
캐롤 베스킨
캐롤 베스킨은 주인공 조 이그조틱과 끝까지 진흙탕 싸움을 이끌어 가며, 다큐 내에 최강 나쁜 캐릭터로 묘사된다. 대형 고양잇과 동물을 위한 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호랑이들을 구출한다는 식으로 자신을 포장하지만 주인공 조 이그조틱과 다를 바가 없다. 호랑이들을 자신이 보호한다는 명분만 들이댈 뿐, 이름만 큰 고양잇과 동물 보호소라고 명칭 한 곳에서 조 이그조틱과 똑같이 입장권을 받고 동물원 장사를 한다. 진짜 전형적인 한국식 표현으로 내로 남 불이다. 자신은 호랑이를 보호하니 괜찮고 다른 개인 동물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사기꾼이며 다른 동물원들은 동물들을 학대한다고 말을 한다.
그녀 또한 직원들에게 임금을 전혀 지불하지 않고, 모든 인원을 자원봉사자로 쓴다. 근데 이 자원봉사시간이 웬만한 대형병원 의사 근무시간보다 더 긴 것 같다. 솔직히 자원봉사자들도 이해가 안 가긴 히다.(아마도 이 개인 동물원 주인들은 사이비교주들처럼 사람 홀리는 재주, 요즘 흔히들 말하는 그루밍이라고 표현해도 되려나... 그런 능력이 탁월한 듯하다.) 자원봉사자들에게 땡전 한 푼 지불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열정 페이 쓰레기 사장 마인드이다. 그러면서 입장권, 페이스북, sns를 통해 많은 수익을 걷어 들인다.
심지어 그녀는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는 전남편 미제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이다. 억만장자 남편은 갑자기 사라져 버렸고 재혼한 남편을 만난 캐럴은 그의 모든 재산을 가져갔다. 남편의 자식들에게는 조그마한 돈만 떼어준 체. 아직도 남편의 실종은 미제사건으로 남아있고, 캐럴은 실종된 남편의 사망선고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돌아오자마자 법원에 사망선고를 받아낸다. 물론 상속을 위해서다.
닥터 바가반 앤틀
이 사람은 진짜 사이비 교주 같은 사람이다. 그도 역시 개인 동물원을 운영하는데, 첫 등장부터 이상하다. 큰 코끼리를 자신의 트럭 인양 타고 등장한다. 그 또한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동물원을 운영한다. 그 이 사람 또한 직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 최저 수준의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을 준다. 그리고 직원들로 젊은 여성들은 모집하는데, 동물을 좋아해서 참여했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장시간 고된 노동에 시달린다. 그리고 여기서 미친 것은 승진 같은 것을 하려면 닥터 바가반 앤틀과 잠자리를 같이 해야 한다. 그는 그렇게 승진한 여러 여성과 부인과 같은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그 가족들과 동물원을 운영한다. 제작자가 이점을 따져 물으니 자신은 강요하지 않았다 하며 언제든 떠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동물원 참여했던 직원은 "사이비 교주들이 다 그렇지 않냐며,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고 항변한다." 그냥 미쳤다.
페라리를 가진 사람처럼, 인스타처럼, 호랑이를 가지다.
인터넷의 발달과 유튜브, sns가 전성기인 요즘 세상 사람 누구나 스타를 꿈꾼다. 좋아요를 갈구하며 그 좋아요가 나의 재산이며 실제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믿는다.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 좋아요의 댓글, 팔로워 수, 댓글이 돈이 된다. 누구나 위인처럼, 연예인처럼, 정치인, 사회를 이끄는 리더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말 그 사람들이 사람들의 존경을 좋은 영향력 끼칠 만큼 큰 성취를 이루었고 노력했으며 그에 걸맞은 그릇의 크기를 가지고 있을까? 물론 소수의 자신만의 무기와 능력으로 큰 성취를 이룬 인터넷 스타들에 있겠지만, 다수는 거짓으로 이루어진 가짜 세상, 진흙탕이 지금의 sns 월드가 아닐까?
타이거 킹에 등장하는 개인의 동물원 주인들도 자신의 sns에 페라리 대신, 새끼 호랑이를 업로드하는 사람들이다. 새끼 호랑이는 페라리만큼 타인의 이목과 관심과 좋아요와 돈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이목과 관심이 그들을 괴물로 만든 것 같다. 다큐에서 본 조 이그조틱은 항상 사람의 관심과 유명해지는데 집착하는 사람이었다. 끝내 그는 다큐에서 그의 목표를 이룬다. 살인미수 혐의 및 각종 혐의들로 말이다.
조 이그조틱과 캐럴 배스킨 모두 흔히 말하는 소외된 이웃이었다. 조 이그조틱은 동성애자로 가족에게 버림받고 자살시도를 했으며, 캐럴 배스킨 또한 불우한 가정에 태어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젊은 여성이었다. 물론 이대목에서는 우리의 사회가 소외되고 불행한 사람들을 보살피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어긋난 신념을 가지기 시작했고, 자신을 합리화했으며 결국엔 괴물이 되어 불쌍한 호랑이와 사람들에게 잘못을 저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