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조금은 덜 떠올릴 수 있을까
죽었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게 될까.
너도 참 부지런한 것 같아.
어떻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내 머릿속에 찾아오니.
매일 밤 어김없이 찾아와, 안 그래도 깊이 내려앉은 내 마음을 기어코 심연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하는구나.
정말 하루도 네 생각이 나지 않은 날이 없었어.
단지 어떤 날은 사람들과 바쁘게 어울리고 할 일이 많아 옅어졌고,
어떤 날은 여유가 있어서 홀로 시간을 보내며 짙어졌을 뿐이야.
네가 떠오를 때면 눈을 질끈 감아.
얼마나 자주 그랬으면, 눈을 감을 때마다 눈두덩이가 멍이라도 든 것처럼 아파와.
조금만 참자.
지금만 넘기면 돼.
오늘이 저물면 이 느낌이 사라질 거야.
참아.
지금 무너지면 앞으로는 더 후회할 일만 남는다는 걸 알잖아.
그런 의미 없는 싸움을 벌써 1년째 이어가고 있어.
괴로워.
우리는 왜 이런 사이로 돌아서야 했던 거야?
넌 한때 나를 믿었고, 나에게 위로받았고, 나와 이야기하는 게 행복하다고 했잖아.
한 시절에 힘들었던 내가 너에게 너무 의지해서야?
네가 왜 그렇게 차갑게 돌아섰는지 이해할 수 없어.
너도 나 때문에 힘들었겠지만, 네가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나도 너 때문에 힘들었어.
어째서 너는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하지 않는 거야?
왜 계속 여지만 남기면서 날 피하려고 하는 거야?
차라리 네가 죽었다고 생각할까.
그러면 조금은 덜 떠올릴 수 있을까.
마음이 죽은 채 걷는 이 긴 밤이, 그렇게 한다면 끝나게 될까.
이런 나의 생각을 네가 알 길은 없겠지만,
너는 이런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