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이 문제였어.

by 장미

딸과 정기 첵업이 예약되어 있는 치과로 향했다.
학교를 마치자마자 픽업해 바로 갔다. 저녁엔 레슨이 있어 ‘오늘은 제발 환자가 많지 않기를…’ 속으로 바랐다.

사실 이곳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첫 방문은 지난달 성탄절 주간이었다.

미국은 대부분 예약제로 운영되기에, 이 역시 6개월 전에 잡아둔 예약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워크인, 즉 예약 없이 온 사람들까지 모두 받고 있었다.

간호사가 대기실로 나와 말했다.
“앞으로 40분은 더 기다려야 합니다. 다음은 너 차례, 그다음은 너 차례…”

나는 예약을 한 사람도 워크인과 같은 순서로 들어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짧아도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간호사는 나에게 다시 물었다.
“다음 예약을 잡아드릴까요?”

그날은 이미 식사 약속이 있었고, 다음 예약이 2–3달 뒤로 밀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확인했더니 한 달도 안 되는 날짜로 잡아줄 수 있다고 했다.

이곳 기준으로는 꽤 빠른 편이었다.


그리고 어제가, 그날이었다.

다시 치과를 찾았는데, 들어서는 순간 지난번과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내 아이의 이름이 예약되어 있지 않단다.
몇 번을 물어도 같은 답뿐이었다.

내가 여러 번 확인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번 예약을 마치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가, 불안한 마음에 다시 오피스로 들어가 “확실히 예약되어 있는 거죠?” 하고 더블 체크를 했기 때문이다.


그날의 모든 상황을 설명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아주 사무적인 한 문장뿐이었다.
“예약이 안 되어 있으니 다시 잡으셔야 해요. 언제로 할까요?”

나는 이미 두 번이나 왔고, 오늘 체크업을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닥터는 이미 퇴근해서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방금 전까지 치료를 받고 나온 환자가 있었는데, 닥터가 이미 퇴근했다는 말이 정말 가능한가.
눈에 보이는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더 화가 난 건,
자신들의 실수로 두 번이나 발걸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과도, 어떤 공감도 없었다는 점이다.

“미안하다”,
“불편했겠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오늘은 어렵다”
그 어떤 말도 없이,

“예약할래요? 말래요?”

이 태도였다.


공감은 없었고,
책임을 지려는 태도도 없었다.

문제는 실수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문제는 실수 이후의 태도다.


공감하지 않는 태도,
책임을 지지 않는 말투,
문제를 ‘상황’이 아니라 ‘손님’에게 넘기는 방식.


그 순간,
나는 이 치과가 아이의 이를 관리해 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사람을 대하는 기본은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서비스란 완벽함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보이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어른의 책임감은 “규정상 안 됩니다”가 아니라,
“여기까지는 우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이것들이 해소된 이후에야, 비로소 두 번째 문제(오늘도 치료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문제 해결"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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