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도전하며 흔들리는 마음을 쓴다.
한 달이 넘게 글을 쓰지 않았다. 아니다. 글을 쓰기는 썼다. 블로그, 브런치 등에 공개되는 글을 쓰지 못했을 뿐이다.
450일 동안 매일 오전 글을 썼었다. 날짜를 쌓아가는 재미를 즐기며 일상글, 서평, 글쓰기 공부 관련 글 등을 썼다. 지난 한 달 동안에도 오전에는 글을 쓰기는 했다. 이런 주제의 글을 쓰지 않았을 뿐이다.
지난 한 달 동안 나는 '자기소개서'라는 글을 썼다.
마지막으로 쓴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자기소개서'다. 나를 뽑아 주었으면 하는 회사의 인사담당자가 독자가 되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에요, 그러니 나를 뽑아서 월급을 주세요'가 주제가 되는 글.
취업 공고를 검색하고 지원하고 싶은 회사 맞춤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지원하고 결과 발표를 기다리며 시간들이 흘러갔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는 시간들. 이 시간 동안에는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아무런 글감도 떠오르지 않았고 글을 쓸 에너지도 없었다. 서류를 준비하느라 허둥댔다.
시간이 조금 흐르니 기다리는 마음도 금세 적응이 되었다. 서류 탈락, 면접 탈락해도 금세 익숙해졌다. 처음에 '왜!' 했던 마음이 '그럴 수 있지'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이를 허투루 먹은 것은 아닌가 보다.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꾸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글은 써지지 않았다. 대신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을 다시 읽었다. 책의 모든 페이지에 밑줄이 잔뜩 쳐졌다. 일부러 천천히 천천히 독서노트에 기록하면서 곱씹고 곱씹었다. 정여울 작가의 글쓰기 수업도 들었다. 글을 쓰지 않고 '글쓰기에 대한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아침, 잠자리에 누워서 새벽에 올라온 다른 분들의 브런치 글을 읽다가 '지금의 내 상황을 글로 쓰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벌떡 일어나서 아침일기에 끄적거려 보니 20개가 넘는 글감들이 있었다. 한 달간의 경험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글을 쓸 수 있구나 생각하니 기운이 났다.
우리 삶이 불안정해지고 세상이 더 큰 불행으로 나아갈 때 글쓰기는 자꾸만 달아나는 나의 삶의 말을 걸고, 사물의 참 모습을 붙잡고, 살아있는 것을 살게 하고, 인간의 존엄을 사유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p22
브런치 매거진을 만들고 '50대 여성 재취업 분투기'라는 제목을 붙여 보았다. 나는 퇴사 1년 반 만에 재취업에 도전하고 있는 53살, 여성이니까. 이 나이에, 어정쩡한 경력을 가진 나 같은 사람도 취업할 수 있을까. 결과는 알 수 없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그 경험을 기록해보겠다. '분투기'라는 식상한 단어가 어울리는 지금을 써보겠다. 어쨌든 글을 쓰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