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of Wine and Roses
“내가 뭐랬수, 여윳돈 있으면 한번 사보랬잖아. 확실하다니까, 이번엔.”
난 스마트폰을 마치 무전기처럼 집어 들고 승전보를 전했다.
“아니, 나도 들어갈 타이밍 보고 있었는데 기회를 안 주더라고...”
수화기 너머 창현이 형의 목소리에서 참전하지 못 한 데 대한 아쉬움이 읽혔다.
“그러게... 공동 구매했으면 얼마나 좋아... 근데 뭐, 형 것도 계속 오르고 있더만.”
“아, 나 그거 팔고 새로운 거 들어갔어!”
다시 전운이 감돌았다.
“엥? 뭐 들어갔는데?”
“뉴마시스라고, 진단키트 관련주야.”
“진단키트?”
하긴, 요즘 대세는 누가 뭐래도 코로나 진단키트였다. 일례로 티젠 같은 경우는 미국 FDA 긴급승인 이후에 지난 한 달 동안만 약4~5 배가 상승하면서 진단키트주의 상승을 주도했다. 솔직히 나로서는 그리 대단치 않은 기술 같은데 이렇게 주가가 폭등한다는 게 무척 배알이 꼴렸다.
“진단키트? 너무 많이 올랐던데 이제 좀 위험한 거 아냐?”
“티젠이야 많이 올랐지. 우리 뉴마는 이제 시작이라니까!”
창현이 형의 목소리에서 미증유의 기개가 느껴졌다.
"그래, 우리 둘 다 잘 돼서 소고기 한번 먹으러 가자고!“
나는 일종의 휴전을 제안했다. 하긴 형이랑 주식 가지고 옥신각신해봤자 동족상잔밖에 더 되랴.
“소고기야 지금 당장이라도 사줄 수 있지. 뉴마 잘 되면 근사한 데 가서 너랑 동갑내기 위스키 살게!”
허풍 섞인 너스레였지만 워낙에 주식장이 활황이다 보니 벌써부터 코끝에 들큰한 위스키 냄새가 나는 거 같았다.
“그려, 조만간 또 봐요, 형님!”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뒤 MTS를 바로 켰다. 항상 시퍼렇게 멍들어 있던 수익률이 빨갛게 익어있었다.
“일십백천만시만백만천만”
뻔히 얼마인지 알면서도 볼 때마다 믿기지 않아서, 한 자리 한 자리 셀 때마다 흐뭇해서, 매번 소리 내어 총손익을 헤아렸다. 어느덧 곱버스로 날린 손실도 거의 복구됐고, 자연스레 예전엔 그토록 고통스럽던 개장 시간이 마냥 기다려졌다. 이따금씩 일하다 짜증 나는 일이 생기면 MTS 창을 열었고, 수익률을 보고 있으면 자동 리프레시가 됐다. 이젠 나에게 주식이 그 어떤 자양강장제보다도 훌륭한 활력소로 자리매김한 것이었다.
“주신! 얼굴 많이 좋아졌네!”
뒤돌아보니 재원이가 웃고 있었다. 사실상 내겐 메시아나 다름 없는 존재였다.
“재원! 커피 마셨어? 한 잔 하러 가야지?”
“좋지, 내가 오늘은 살게!”
“뭔 소리야, 평생 내가 사야지!”
그렇게 우리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내려가는 와중에도 엔피스의 주가는 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