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잔: 나이트 캡(NightCap) - 취침 전 한잔
"오늘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내가 당신을 위한 한잔을 만들 수 있게 알려줘요."
그거 알아요?
사실 나는 네 앞에서 울음을 겨우 참고 있었던걸 지도 몰라.
그 누구에게도 아직 미처 말해주지 못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
부정적인 감정도, 최대한 꽁꽁 숨겨두려고 했던 나의 과거도.
아니 지금 이 순간 나를 둘러싼 불안함 마저도 너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네가 아무리 편해도 네겐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어.
미안해.
밤이 무서워.
불을 켜고 자는 게 습관이 돼버렸어.
나를 잠식하는, 나를 찾아오는 어둠이 무서워.
어둠 속을 방황하는 나를 다들 한심하게 여길 것 같아.
아직도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바뀌는 나를 보며
누군가는 내게 왜 제대로 덤벼보지도 않으면서 걱정만 하녜.
나는 그냥 겁쟁이래.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를 잘 모르겠어.
내가 하는 수많은 선택들이,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너무 어두워서 잘 하고 있는 건지를 모르겠어.
남들은 다 나를 보고 "에이 너 정도면 괜찮지" 라는데
아니 사실은 다들 내가 걸어가는 길이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그렇게 말해.
너는 왜 남들과 다르냐고 계속 손가락질을 해.
나는 내가 어디에 속해있는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계속 걱정이 돼.
남들과 비교하면 안 된다는 거 나도 알아.
나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래. 아프니까 청춘이래. 두려워하는 게 당연하대.
근데, 정말 당연한 걸까 수십 번 고민을 하게 돼.
아무리 아등바등 살아도 평균이 안 되는 것 같아.
내가 겨우 한 발짝을 이 악물고 나갈 때, 남들은 이미 저만치 앞에서 달려 나가.
나만 힘든 걸까. 나만 이렇게 걱정하는 걸까.
내가 지니고 있는 고민은 남들에 비하면 큰 고민이 아니니까 그냥 묻어두는 게 맞는 걸까.
밤새 뒤척이며 다가올 내일을 계속 걱정해.
"괜찮아요. 잘하고 있어. 잘 살고 있는 거 맞아요. 우리는 누구나 고민을 하죠.
우리는 누구나 두려워해요. 불안정한 미래에 대해. 끝이 없는 확률들로 이루어진 이 세상을.
그 무엇도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하면서 동시에 가능성과 기대로 가득 차는 거예요.
밤은 어둡죠.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 무엇보다도 편해질 수 있는 시간이에요.
그 무엇도 숨길 필요도, 들킬 필요도 없는 그런 시간.
오늘 밤은 네가 아무런 걱정 없이 잘 수 있기를 바라요. "
이야기를 들려준 당신, 오늘 밤은 조금 더 편안하게 잘 수 있기를.
오늘의 한잔은 나이트 캡 (NightCap)을 한 잔 만들어줄 테니, 이 온기가 당신을 감싸고 다독이기를.
잠들기 전 한잔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칵테일은, 본디 나이트 캡- 잘 때 머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모자라는 의미에서 나왔어요. 맞아요. 그 만화책에서나 보던 그 꼬깔콘 같은 모자. 1378년에 단어가 처음 만들어졌죠.
이 칵테일 자체가 알려진 건 1810년대예요.
보통은 늦은 밤에 마신다고 해서 이름이 유래가 된 거라고 알려지기도 했죠.
몇 가지 책과 신문에서 "NIghtCap"이라는 이름과 레시피가 같이 적혀있어요.
"A pint of table beer, a tablespoonful of brandy, two teaspoons of brown sugar or syrup"
사실 나이트 캡은 취침 전에 마시는 한잔으로 다양한 칵테일이 많지만,
그래도 오늘 당신에게 어울리는 건 조금 더 부드럽고 편안한 한잔인 깔루아 나이트 캡인 것 같네요.
조금만 기다려 줄래요?
우유를 따뜻하게 만들어야 해서요.
"... 나 되게 한심하지 않아요? 누구나 다 불안해할 텐데.
이게 너무 큰 벽으로 느껴지는 내가 바보 같지 않아요?"
누구나 다 불안해한다고 그게 당신이 불안해하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않죠.
그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나 혼자 남겨진 그 기분을 음.. 털어버리는 거요.
말하는 거 어렵죠. 보여주기 싫은 부분들도 분명 있을 거예요.
그래도, 때론 그런 기분들이 사소한 곳에서 풀리기도 해요.
"역시..... 어려워요."
어렵죠.. 천천히 하나씩 해요.
아 이제 슬슬 만들어볼까요.
잔은 토디 글라스가 어울리겠네요.
깔루아와 우유의 비율은 보통 1:3이지만,
오늘은 약간 더 달게 만들기 위해 깔루아를 조금 더 넣고 설탕도 한 스푼 넣으면 끝이네요.
아 코코아 가루도 조금 뿌려볼까요.
마셔요.
때론, 그저 단 걸 먹는 것만으로도 모든 게 해결되는 느낌을 받기는 하니까요.
오늘 하루 나이트 캡과 함께 편안한 밤을 보내기를. 천천히 마시다 돌아가요.
당신 옆에는 항상 누군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아요.
"따뜻하네요. 고마워요."
울고 싶어 질 땐 그냥 울어도 돼 참을 필요 없어 너만 괜찮다면
내일은 happy ending 영화 주인공처럼 웃을 거예요
good night - G.Urban(지어반) _ FIX YOU(위로해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