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전에 적어둬야 했다.
그는 꿈에서 깨자마자 컴퓨터 앞으로 홀린 듯 걸어갔다.
이건 적어둬야 했다. 계속해서 없어지는 그 기억들을 그 감정들을 붙잡아두고 싶었다.
그러니까, 문제는 그녀인 것이다.
Part 1. 대학교 캠퍼스
시작은 별다를 것은 대학교 캠퍼스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어디에 있을지 느낌이 왔고,
그래서 그 근처 나무 위로 올라가 잠시 누워서 주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 마치 새가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조용히 먹잇감을 쳐다보듯이.
그녀는 이제 막 친구와 헤어졌는지, 사거리의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려고 했다.
그녀는 회색인지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고, 상의는 니트를 입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그 순간을 보면서 나무에서 내려왔고, 그녀 쪽으로 바라봤다.
그녀는 뒤를 돌아봤고, 그를 발견하더니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달려왔다.
"아 너 때문에 저 버스 놓쳤잖아. 나 저거 탔어야 하는데"
"내가 업어줄게"
"다른 때 업어줘도 되는데"
"..?"
그는 꿈에서 깬 지금도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벌써 그 문장이 맞는지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그 생생한 감정 만은 안다. 손에 잡힐 듯 말듯한 그 설렘.
그는 그녀가 자신이 차를 애용한다는 것을 알고 태워달라는 걸 말하는 것인가 잠깐 고민하다, 그냥 그녀를 앞으로 업고 갔다. 그 무게감이 마치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현실이라는 듯 그를 조금씩 세상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놀라더니 바로 자신이 다녀온 곳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Part 2. 카페 안에서.
그가 갔던 카페는 초록색 벽에 몇 가지 그림들이 벽에 걸려있었다. 인기가 많았는지, 상당히 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꽤나 많았고, 바 테이블과 그냥 테이블 모두 원목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바닥은 하얗게 되어있었고, 의자의 높이는 막상 앉아보니 들쭉날쭉했다.
그는 화장실을 잠깐 다녀오겠다고 하면서, 변기가 막혀있는 것을 보았다. 아니, 실시간으로 변기의 물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그는 이게 막혔다고 생각했다.
조용히 고개를 돌리면서 직원에게 변기가 막혀서요, 하고 말하자 직원은 "아 그거 제가 방금 치워둔 거라.."
고개를 돌려보니 정말로 물에 깨끗하게 내려갔고 그러면서 카페 바닥과 책상의 광택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그는 그녀를 마주 본 곳에서 앉으며, 그녀보다 낮은 의자에 앉았다. 그건 당연한 거였다.
그는 등 뒤에 테이블에 기대고 있었고, 그녀도 자신의 뒤에 있는 높은 테이블에 기대면서 이야기를 진행해 갔다. 그는 작은 아메리카노를 커피를 못하는 그녀는 뒤에 얼음이 담긴 음료를 시켰다.
적당히 연결되어 있는 거리감.
그녀는 재잘거리면서 자기가 다녀온 전시회 이야기를 했다. 거기서 뭘 봤고, 어떤 것들을 느꼈는지. 그러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이야기들로 공간을 채워갔다.
점차 이야기가 깊어지면서 그녀의 몸도 살짝 앞으로 숙여졌다. 그도 모르는 순간에 그녀는 벌써 그의 귓속에 속삭이고 있었다.
".....(중략).... 더 듣고 싶다고 나한테 말해줘"
그가 대답하자, 그녀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그 자세를 유지하면서
"더 가까이"
그녀도 알았을 것이다. 그의 마음속은 그녀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있고 싶었다.
그는 그녀의 다리 위에 손을 얹고는 살짝 잡아당기면서
"이리 와. 내려와 "
의자에서 미끄러지듯이 내려온 그녀를 자기의 품에 안으며, 그는 그녀를 보며 어찌 이리도 품에 딱 안길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조금의 틈도 안 주겠다는 듯이 안으며, 그는 계속해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무서워..."
"외로워?"
그녀의 눈에서 금세 눈물이 고였다. 그러고는 아주 작게 몸을 떨면서 고개를 숙였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는 알았다.
그녀는 세상에 그만큼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많이 외로웠다는 것을.
그가 그녀를 만난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는 것을. 그녀도 그를 그리워했다는 것을.
"나 방금 이 그림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 밤하늘의 찬란한 별들을... (중략) "
이젠 그 문장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그녀가 다시 그녀의 의자 위로 올라갔고, 귀 옆에서 속삭이던 그 소리는 끝내 닿지 않고 사라졌다.
그녀는 그에게 물었다. 도저히 못하겠다는 듯이. 그 거리감만은 좁힐 수 없다는 듯이.
"너는 무섭지 않아?"
"뭐가 무서워. 너와 내가 눈을 감으면 다 해결될 일을"
"....."
"우리는 같은 그림을 봤지만 다르게 해석을 했구나. 나는 그 빛나는 별들 사이에서도 우리가 눈을 감으면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Part 3. 현실
그 둘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그가 제일 궁금할 테지.
그는 아마 그 순간의 온기를 가지고 평생을 또 살아가겠지.
글을 적어 내려 가면서 그는 자신 앞에 놓인 눈 부시게 밝은 모니터를 보면 점차 자신의 깨어남을 느꼈고,
그건 무심함으로 채워져 가는 그의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