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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Aug 12. 2023

한쪽으로 치워둔 노래들

언제부턴가, 언제였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N3bk5L7wM0k

신곡이 나왔더랜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생활을 하면서, 특히 고3의 나에게 있어 넬의 노래들은 내 모든 순간들을 대변해주는 노래였다. 그렇게 앨범들을 사모으고, 콘서트란 콘서트는 다 갔었던 내가 이젠 언제 신곡이 나왔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외려 요즘 빠진 노래는 오마이걸의 다섯번째 계절..)


이번 신곡인 Wander를 듣자마자 든 첫 생각은 "아 이건 미뤄둬야겠다." 였다. 

역시 넬인만큼 가사와 밴드 분위기는 너무 좋았지만, 동시에 지금의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작년 콘서트 이후로는 넬 노래를 안듣기 시작했다.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지금의 나는 그래도 꽤 행복하구나. 


나에게 있어서 넬은 나를 위로해주거나, 내가 당시에 가진 감정들을 대신 글로 풀어준 밴드였다. 

스스로에 대한 고찰과 의심이 넘쳐났었고, 당시 좋아하던 사람과의 관계도 꽤나 힘들어서 더 그랬었으려나 싶다가도, 이제는 좀 적당히 빛바랜 감정들이라 지금의 나는 그걸 공감 못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당시에는 무채색으로 채워졌었던 내 세상에, 넬을 통해서 바라본 세상은 좀 더 나같은 사람도 많고 

누군가는 이런 감정들을 겪었구나 싶었다. 그만큼 그 순간을 통해서 배운 것도 많고, 잊혀지지 않을 순간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물론 지금도 썰을 풀라면 한보따리긴하다..) 


한때는 7집 C에 Let the Hope Shine 을 보고는 왜 이렇게 희망차 같은 말을 할 정도로 쳇바퀴를 돌듯 계속 특정 순간들에 매여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여전히 어떤 순간들을 애틋한 감정이 들 때도 있긴 한데, 이게 습관인지 그냥 추억팔이인지를 모르겠다. 


이전에 "헤어지려 해"에서나 "Still Sunset" 처럼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서로의 경험과 환경이 달라진 탓일까. 이제는 어떤 대화를 해도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감정이 아직 남아있었더라면 "인정의 미학"을 인용할 수 있었겠지만 그런 감정도 안드는 걸 보면 지금 이순간을 즐기고 있나 싶더라. 

Let's Face it. We're drifting apart. 언제부턴가 우린 서로가 서로를 외롭게 하기만 하고 맘에도 없는 그런 말들로 상처만 주고 아프게 하고 있어. 


이전보다는 더 세상과 많이 타협하고, 당시에는 이해안된 말들을 내가 직접 내뱉는 사람이 되버려서. 

아 그래서 생각보다 빨리 감정이 무뎌진건가라는 생각도 조금 들었지만. 


그래도 언젠가 다시 그런 생각이 들면 찾아서 들을 노래임을 알기에, 일단은 한쪽으로 치워두기로 했다. 

그동안 고마웠다 넬! 



네 웃음이 날 가슴 뛰게 만들어.
꼭 분명한 건 사랑이면 단번에 바로 알 수가 있대
헷갈리지 않고 반드시 알아볼 수가 있대
이제 난 그 사람이 누군지 확신했어
 Lalalalalalala 네가 내게 피어나. 아지랑이처럼 어지럽게 Lalalalalalala 네가 내게 밀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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