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라, 그 시절
양은 도시락의 추억
임 현 숙
겨울이 오면
교실 조개탄 난로 위에
노란 도시락 탑이 쌓였지
양은 도시락 안에서
김치가 볶아지고
누룽지 냄새 코를 씰룩였어
난로 뒤에 앉은 친구는
수업 시간 내내
도시락 층 바꾸느라 수업은 건성이고
이 교시 끝나는 종 울리기 무섭게
속전속결 하는 전투가 벌어졌어
김치 콩자반 달걀부침이 단골이었지만
먹고 돌아서면 고픈 소녀들에겐
황제의 식탁이었지
이따금 소시지를 발견하면
화살 빗발치듯 젓가락이 노략질했지
소시지 주인은 한 조각도 맛 못 보았지
선생님 오신다는 신호에
입안에 밥 물고 냄새는 나 몰라라
시침 뚝 떼었어
묵묵히 수업을 시작하는 선생님은
아마도 비염을 앓았을 거야.
-림(20150105)
https://www.youtube.com/watch?v=Mlz_YpKfwV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