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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 Jun 11. 2024

양은 도시락의 추억

그리워라, 그 시절


양은 도시락의 추억


임 현 숙



겨울이 오면

교실 조개탄 난로 위에

노란 도시락 탑이 쌓였지

양은 도시락 안에서

김치가 볶아지고

누룽지 냄새 코를 씰룩였어

난로 뒤에 앉은 친구는

수업 시간 내내

도시락 층 바꾸느라 수업은 건성이고

이 교시 끝나는 종 울리기 무섭게

속전속결 하는 전투가 벌어졌어

김치 콩자반 달걀부침이 단골이었지만

먹고 돌아서면 고픈 소녀들에겐

황제의 식탁이었지

이따금 소시지를 발견하면

화살 빗발치듯 젓가락이 노략질했지

소시지 주인은 한 조각도 맛 못 보았지

선생님 오신다는 신호에

입안에 밥 물고 냄새는 나 몰라라

시침 뚝 떼었어

묵묵히 수업을 시작하는 선생님은

아마도 비염을 앓았을 거야. 



-림(20150105)


https://www.youtube.com/watch?v=Mlz_YpKfwV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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